매트록
매트록

넷플릭스에서 《매트록》 시즌 1을 보고 있다. 능청스럽게 말을 건네고, 상대의 경계가 느슨해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주인공을 보다가 문득 오래전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이 배우, 《미저리》에 나왔던 그 사람 아닌가?”

맞았다. 캐시 베이츠였다. 《미저리》(1990)에서 작가를 감금했던 애니 윌크스와 《매트록》의 주인공이 같은 배우였다. 알고 나니 익숙한 표정이 보인다. 그런데 그 표정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예전에는 언제 돌변할지 몰라 긴장하며 봤다면, 지금은 저 말 뒤에 어떤 생각이 숨어 있을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아직 시즌 1을 보는 중이라 결말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 글은 아니다. 범인의 정체와 후반부 반전도 다루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면서 마음에 걸린 것은 배우의 얼굴에서 시작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질문이었다.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람

《매트록》의 재미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시작한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조금 수다스럽다는 이유로 상대를 쉽게 판단한다. 누군가는 제대로 듣지 않고, 누군가는 경계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틈에서 상대를 관찰한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을 멈추는 순간,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을 본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있는 듯하다.

이런 장면을 보면 나이 든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돌아보게 된다. 지금 눈앞의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쌓아 온 경험을 너무 쉽게 지워 버리는 것은 아닐까.

캐시 베이츠는 그 간격을 재미있게 보여 준다. 친근한 말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주인공이 대화의 흐름을 쥐고 있다. 큰 소리를 내지 않아도 장면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법정 밖에서도 계속되는 추리

법정 드라마를 보면 흔히 결정적인 증거와 통쾌한 반박을 기다리게 된다. 《매트록》에서도 그런 재미를 기대하게 되지만, 내 눈길은 법정 밖의 관계에도 오래 머문다.

올림피아 로런스, 줄리언 마크스턴, 그리고 줄리언의 아버지인 하워드 마크스턴. 주로 ‘시니어’라고 불리는 아버지까지, 이들은 직장 안에서 가족관계와 업무관계가 겹쳐 있는 사람들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일도 어렵지만, 가족까지 얽히면 더욱 복잡해진다. 누군가를 감싸는 말이 애정에서 나온 것인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계산인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나도 보면서 사람마다 의심을 옮겨 가게 된다. 다만 여기에는 특정 인물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추측을 적지 않으려 한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런 추측 자체가 관람의 방향을 정해 버릴 수 있어서다.

변호사는 고객의 비밀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다.

변호사에게 고객의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다면, 고객의 잘못을 알게 되어도 말할 수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침묵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를 비난할 수 있을까. 반대로 다른 사람의 피해가 계속될 수 있는데도 비밀이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어야 할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고객이 불리한 사실까지 털어놓을 수 있어야 변호사도 제대로 조언하고 변론할 수 있다. 비밀유지 의무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 의무가 증거를 없애거나 법적으로 제출해야 할 자료를 숨길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모범규칙은 불법적인 증거 은폐와 파기를 금지한다. 재판 등에 사용될 증거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은폐하면, 적용 법률과 구체적인 요건에 따라 형사책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드라마를 볼 때도 질문을 조금 나눠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의 잘못을 알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잘못을 감추기 위한 행동에 직접 가담했다는 것인지. 두 경우의 책임은 같지 않다.

양심선언을 하면 모두 해결될까

그렇다고 진실을 알게 된 변호사가 무조건 언론에 공개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비밀을 공개할 수 있는 예외와 법적 절차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ABA 모범규칙에는 상당히 확실한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 위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가 있다. 다만 모범규칙 자체가 미국 전역에 그대로 적용되는 법은 아니며, 실제 의무와 허용 범위는 주별 규정과 사안에 따라 달라진다.

비밀유지 의무를 어겼을 때의 징계나 손해배상 문제와, 증거 은폐에 가담했을 때의 형사책임도 구분해야 한다. 양심선언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공개가 적법해지는 것도 아니고, 고객의 비밀이라는 말만으로 모든 은폐가 정당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 복잡한 경계가 《매트록》을 보며 계속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은 법의 한계도 잘 알 것이다. 그 지식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누군가가 보호받을 수도, 더 오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미저리》의 얼굴로 다시 만난 배우

《미저리》에서 캐시 베이츠가 연기한 인물은 상대를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했다. 《매트록》에서도 그녀의 말과 표정에 집중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주인공이 무엇을 알아내고 어떻게 행동할지 따라가게 된다.

같은 배우의 얼굴을 보고 전혀 다른 감정으로 이야기에 들어간다는 것이 새삼 재미있다. 오래전 영화의 기억이 현재 보고 있는 드라마와 겹치면서 배우가 쌓아 온 시간도 느껴진다.

아직 시즌 1을 다 보지 않았다. 앞으로 인물들을 바라보는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추리하는 재미와 함께, 누군가의 비밀을 지키는 일이 어디까지 정당할 수 있는지 생각하며 보고 있다.

처음에는 익숙한 배우가 반가워서 찾아봤는데, 보고 나면 질문이 하나 더 남는다.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진실을 마주했을 때, 그 지식은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할까.

참고 자료

캐시 베이츠 소개 — CBS / Paramount Press Express

ABA 모범규칙 1.6: 정보의 비밀유지

ABA 모범규칙 3.4: 상대방 및 상대방 변호인에 대한 공정성

미국 연방법 18 U.S.C. § 1512

※ 시즌 1 시청 중의 감상이며, 범인의 정체·결말·후속 시즌 전개는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법률 부분은 작품 이해를 위한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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