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주변과 남대문 시장 일대, 회현역 일대를 배회하는 노숙인 김씨는 회사를 구하기 위해서 사채를 썼습니다.
그러다 모든 빚을 떠안고, 지금은 혼자 서울역에서 생활합니다.
노숙인들 사이에 구원의 집이라는 곳에서 먹을 것과 잘 곳을 제공한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김씨는 오늘은 그곳을 가 볼 생각입니다.
김씨는 서울역 4호선 역사의 셔터가 내려지는 바깥, 긴 보도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다 자기 자리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오전까지 잠을 자다가, 오전 11시쯤이 되면 회현역 뒤길 쪽에 있는 교회에 들러 식사를 합니다.
늦게 가면 음식을 못 먹을 수 있어서 서둘러 갑니다.
다른 노숙인에게서 들은 구원의 집은 저녁에 찾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오후 4시쯤 도착한 김씨는 이미 알고 지내던 노씨를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서로 묵례 정도지만 인사를 나누고, 그곳에서 주는 음식을 공원 같은 곳에서 같이 먹었습니다.

지금은 겨울은 아니지만 가을이 끝나는 무렵이라 사뭇 춥습니다.
빨리 잘 곳을 알아봐야 했는데, 마침 이런 곳이 나타나 준 겁니다.
김씨와 노씨는 너무 기뻤습니다.
오랜만에 목욕도 하고, 비록 구원의 집 글귀가 있는 운동복이지만 새옷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군대 막사 같은 방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밤에 같이 자던 노씨가 갑자기 누군가와 같이 나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몰래 뒤를 따라가다가, 어떤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습니다.
조심스럽게 숨어 있다가 몰래 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안에서 노씨의 비명이 잠깐 흘러 나왔습니다.
김씨는 최대한 조심해서 안을 봤습니다.
분명 노씨지만, 뼈만 남은 상태입니다.
의사처럼 생긴 사람이 여러 명 보였습니다.
그 의사들이 노씨에게 수액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침대에 눕힌 다음 어디로 데리고 갔습니다.
하마터면 김씨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다시 잠을 잘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금 탈출하지 않으면 자신의 목숨도 노씨와 같은 상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바깥쪽 경비는 의외로 심했지만, 바로 탈출하지 않고 쓰레기장에 몸을 숨기고 새벽까지 기다렸습니다.
새벽이 되자 경비를 서던 사람들 몇 명만 남고,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밤에만 노숙자가 탈출하는 것을 지키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김씨는 새벽의 심연을 타고 조용히 그곳을 탈출했습니다.
사실 김씨와 형사 철구씨는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김씨는 철구씨의 정보원이었습니다.
김씨는 철구씨의 정보원으로 노숙자들을 통해서 범죄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철구씨가 탈출한 김씨를 찾아왔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김씨가 다른이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했습니다.
"다친 데는 없어?" 철구씨가 낮게 물었습니다.
"구원의 집이라고, 밥 주고 재워 준다는 데가 있다고 해서 노씨랑 제가 들어갔었죠."
"안에서 뭘 봤는데." 철구씨가 되묻습니다.
"문틈으로 봤는데, 노씨는 뼈만 남아 사람이 홀쭉해졌습니다. 의사처럼 생긴 사람들이 수액 놓고, 침대에 실어서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그 사람들 사이에 의사가 아닌 이상한 사람을 봤어요. 처음 보는데도 느낌이 정말 무서웠어요."
철구씨는 잠깐 말이 없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나왔냐."
"쓰레기장에 숨었다가 새벽에 나왔습니다. 밤에는 경비가 심했습니다. 다시는 못 들어갑니다."
"그래도 노씨는 꺼내 주십시오. 제가 본 건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씨가 철구씨의 소매를 붙잡았습니다.
"잘했다. 노씨는 내가 찾는다. 더 들어가지 마. 이 이야기는 내가 누나한테 전할 테니 너는 더 이상 위험한 짓은 하지 말고."
라고 말하고는 김씨에게 돈을 얼마 꽂아 주고 그곳을 떠납니다.
김씨는 고개만 끄덕인 후 조용히 그곳을 떠나 을지로 쪽으로 이동합니다.
당연히 이번 일도 철구씨를 통해 혜원씨에게 보고되었습니다.
혜원씨는 구원의 집이라는 사이비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사를 위해 경찰이 특공대를 동원해 철구씨가 그곳을 급습했습니다.
하지만 그 단체는 이미 자리를 비우고 다른 곳으로 옮긴 뒤였습니다.
노씨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 급습 때문에 구원의 집도 혜원씨의 존재를 어느 정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COMMENTS
댓글 0
이 글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을 남겨 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