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회장의 집 앞에 섰습니다.

김 비서가 문을 열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서재에 계십니다."

철구 씨는 차에서 내렸습니다.

현철 씨가 힘을 잃은 교주를 부축했습니다.

혜원과 준우 씨가 뒤를 따랐습니다.

서재에는 회장이 서 있었습니다.

검은 고양이가 그의 팔에 있었습니다.

정직 씨도 그 방에 있었습니다.

김 비서가 미리 불러 둔 사람이었습니다.

혜원의 발이 문간에서 멈췄습니다.

손목이 떨리고 있었습니다.

현철 씨가 교주를 의자에 앉히며 말했습니다.

"회장님.

나쁜 기억이 혜원 씨에게 가 있습니다.

천 년이 넘습니다.

더는 못 버팁니다."

회장이 혜원을 보았습니다.

"그 덩어리는 당신 것이 아니오."

"알아요.

직접 만지면 또 넘어가요."

"그것은 교주의 기억이오.

나는 그 기억이 붙는 쪽이 아니오.

주인이 저기 있으니, 주인에게 돌려보내겠소."

회장이 혜원의 손목에 손을 얹었습니다.

나쁜 기억이 혜원에게서 빠져나갔습니다.

회장의 손에 머물지 않고, 교주 쪽으로 돌아갔습니다.

그의 것이었습니다.

서재에서 양복 입은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기억을 돌리는 장면
서재에서 양복 입은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기억을 돌리는 장면

혜원의 숨이 고르게 돌아왔습니다.

"이제 됐어요."

"치료는 끝났소.

남은 일은 저 사람과의 일이오."

교주가 의자에 앉은 채, 세 시선이 모였습니다.

회장과 고양이와 교주였습니다.

천 년 만이었습니다.

회장이 말했습니다.

"그대가 죽인 고양이 안에는 왕자님의 영혼이 있었소.

그 칼로 왕자님은 목숨을 잃었고, 나는 돌아갈 몸을 잃었소.

그대가 끊은 것은 우리 둘의 삶이오."

교주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습니다.

눈만 고양이와 회장을 오갔습니다.

고려의 하늘을 호령하던 그 절대악은 이미 아니었습니다.

남의 목숨을 먹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몸이었습니다.

교주는 대답 대신 손을 뻗었습니다.

준우 씨가 그 사이를 막았습니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회장은 그 손을 보다가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왕자님.

저는 제 외로움을 끝내려고 왕자님을 찾았습니다."

"나도 다시 태어날 때마다 저놈부터 찾았어."

고양이는 정직 씨를 보았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집을 먼저 보고 싶어."

회장이 고양이를 팔에서 내리고 무릎을 굽혔습니다.

"돌려 드리겠습니다."

"응.

너도 이제 쉬어."

둘이 이마를 맞댔습니다.

끊어진 길이 이어졌습니다.

고양이의 몸이 일어나며 열여섯 살 소년이 되었습니다.

회장의 몸이 낮아지며 검은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교주는 끝까지 손을 뻗고 있었습니다.

그 손끝부터 먼지가 되어 흩어졌습니다.

되돌아간 기억도 그 먼지와 함께 없어졌습니다.

소년과 고양이가 마주 보았습니다.

둘 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년이 검은 고양이를 마주 보고 의자에 앉은 남자가 먼지로 흩어지는 장면
소년이 검은 고양이를 마주 보고 의자에 앉은 남자가 먼지로 흩어지는 장면

고양이가 말했습니다.

"왕자님.

비록 본인의 세상은 아니지만, 편안하게 사셔야 합니다."

소년이 고양이를 안았습니다.

고양이는 그 품에서 불빛이 사라지듯 스르르 사라졌습니다.

천 년 만의 대면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보았습니다.

김 비서가 서류를 소년을 향해 내려놓았습니다.

"회장님의 재산은 모두 이 아이에게 남겨져 있습니다.

그동안의 일은 제가 준비해 두었습니다."

정직 씨가 소년을 보았습니다.

눈물이 아직 마르지 않은 얼굴이었습니다.

"내가 볼게.

혼자는 아니야."

소년은 고양이가 있던 바닥을 한동안 내려다보았습니다.

대답 대신, 정직 씨의 곁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