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지났습니다.
현철 씨는 구조 작전에서 본 것과 자신이 죽인 사람들을 함께 진술했습니다.
묻은 곳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김 비서가 넘긴 회사 자료에는 그동안 덮어 둔 일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저녁이 식탁 위에 내려와 있었습니다.
정직 씨가 정원 씨를 보았습니다.
"정원아.
그 아이를 우리 아이로 들이고 싶다.
네 허락이 있어야 해."
정원 씨가 소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열여섯이었습니다.
갈 곳이 없는 눈이었습니다.
"데려와요.
식구로."
정직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름은 박예후다."
소년이 그 이름을 천천히 받아 말했습니다.
"박예후.
그 이름으로 살겠습니다."

예후는 그때부터 보통 사람처럼 나이를 먹었습니다.
키가 늘고, 밥맛이 늘고, 계절이 바뀌면 한 살씩 더했습니다.
정직 씨가 물었습니다.
"학교는 어떻게 할 거냐."
"정식 학교보다 검정고시가 맞을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은 제 힘으로 따겠습니다."
예후는 어렵지 않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원 씨가 말했습니다.
"힘들었니."
"공부는 힘들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이끌려면, 이 공부가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이 가까워지자 김 비서가 집을 찾았습니다.
"예후 님.
회장님의 기업을 맡으려면 밖에서의 공부가 더 필요합니다.
뉴욕으로 경영학 공부를 위한 유학을 다녀오십시오."
예후가 정원 씨와 정직 씨를 보았습니다.
"가겠습니다.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정원 씨가 그의 소매를 한번 붙들었다 놓았습니다.
"집은 여기야.
다녀와."
뉴욕에서의 세월은 거의 십 년이었습니다.
예후는 공부를 마치고 짐을 싸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십 년 만의 집 앞이었습니다.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문을 연 것은 정원 씨였습니다.
뒤에 정직 씨가 서 있었습니다.
예후가 허리를 숙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정원 씨가 그의 얼굴을 알아보느라 한참을 보았습니다.
"예후구나."
"네."
정직 씨가 예후의 가방을 들려다 손을 바꿔 잡았습니다.
예후는 그 손목을 보았습니다.
정원 씨의 머리에도 흰빛이 늘어 있었습니다.
예후는 가방을 도로 받아 들고 두 사람을 차례로 안았습니다.
"오늘 저녁은 제가 할게요."
정직 씨가 문을 더 열었습니다.
"들어와.
네 자리다."
예후는 신발을 벗고 그 집에 들어섰습니다.
천 년을 떠돌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이름을 받은 집이었고, 이제 그가 돌아온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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