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 씨는 한방병원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형은 그의 팔에 기대어 있었습니다.

장갑은 벗지 않았습니다.

그 시각 안에서는 혜원이 준우 씨의 두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손끝에 남아 있던 작은 통증이 준우 씨의 한 손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몸에 머물지 않고 다른 손을 거쳐 혜원에게 돌아왔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지나가기만 하네요."

문이 열리고 혜원이 나왔습니다.

현철 씨는 한 발 물러섰습니다.

"가지 마세요.

악마라고 하고 도망친 건 접니다.

그런데 형만은 살려 주십시오."

병원 문 앞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서 있고 양복 입은 남자가 얇은 형을 부축하는 장면
병원 문 앞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서 있고 양복 입은 남자가 얇은 형을 부축하는 장면

혜원이 형을 보았습니다.

"들어오세요."

진료실에는 둘과 혜원뿐이었습니다.

혜원이 형의 손을 잡았습니다.

커튼이 쳐진 진료실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누운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장갑 낀 남자가 물러서 있는 장면
커튼이 쳐진 진료실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누운 남자의 손목을 잡고 장갑 낀 남자가 물러서 있는 장면

고통이 그녀의 팔로 옮겨 왔습니다.

형의 기억도 따라왔습니다.

얼굴이 하나 있었는데, 휘장 너머라 흐렸습니다.

"누군가 있어요.

얼굴은 아직 안 보여요."

형의 숨이 조금 고르게 돌아왔습니다.

다 나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철 씨가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때 악마라고 했습니다.

손도 잡았고요.

힘을 빼앗았습니다."

혜원이 자신의 손을 보았습니다.

"그럼 형은."

"현철 씨가 빼앗은 건 아니에요.

어디선가 기가 빠져나간 자리예요.

저는 그 고통을 이리로 옮긴 거고요."

현철 씨는 장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저는 만지면 빼앗기만 합니다.

돌릴 수가 없습니다."

"알아요.

그래서 온 거잖아요."

형은 눈을 뜨지 못한 채 숨만 고르고 있었습니다.

혜원은 그 손을 아직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흐린 얼굴이 한 번 더 스쳤다가 사라졌습니다.

"다음에 오면, 그 얼굴이 보일지도 몰라요.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현철 씨가 작게 말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는 악마라고 안 하겠습니다."

혜원은 대답 대신 형의 이불을 올려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