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구 씨가 혜원을 안치실로 불렀습니다.

천 아래 노숙인 한 사람이 누워 있었습니다.

미라처럼 말라 있었습니다.

"누나, 이번이 세 번째야."

"앞의 둘은."

"신원은 아직 몰라.

구원의 집이 비워진 뒤로 나온 몸이야."

혜원이 천 위로 손을 얹었습니다.

안치실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천으로 덮인 몸 위에 손을 얹고 옆에 남자가 서 있는 장면
안치실에서 의사 가운의 여자가 천으로 덮인 몸 위에 손을 얹고 옆에 남자가 서 있는 장면

낯익은 기운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생기가 한꺼번에 빨려 나간 자리였습니다.

서울역에서 현철에게 당한 몸을 읽었을 때와 같았습니다.

"현철이 한 일이야?"

"방식은 같아.

같은 사람인지는 아직 몰라."

혜원이 천에서 손을 뗐습니다.

철구 씨는 이름을 적으려던 자리를 비워 두었습니다.

잠시 뒤 혜원은 다시 손을 얹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사람의 고통을 따라갔습니다.

목이 말랐습니다.

누군가 따뜻한 국을 건넸습니다.

"오늘부터 구원의 집 식구예요."

새 운동복을 받았습니다.

가슴에 둥근 문양이 있었습니다.

이름을 불러 주는 목소리가 반가웠습니다.

그다음에는 손목을 잡는 손만 보였습니다.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집에서 지냈어.

옷에 둥근 문양이 있었고.

손을 잡은 사람은 못 봤어."

철구 씨가 수첩에 문양을 그렸습니다.

"옮겨 간 뒤에도 사람을 받고 있다는 거네."

"응."

안치실의 천은 다시 덮였습니다.

혜원은 손을 떼고도 그 기운이 손목에 남아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