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패전의 땅

7년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은 남편의 사망을 증명하지 못한 마리는 밀린 세금 대신 집의 마지막 소를 빼앗긴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삽화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삽화

7년 전쟁이 끝난 이듬해 여름이었다. 르말지외의 장이 파한 뒤라 광장에는 짚과 수많은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작년에 비로소 전쟁의 끝을 알리는 교회 종이 한 번 울렸다. 왕께서 7년 전쟁을 끝내셨다는 고지도 붙었다. 이제 그 자리에는 세금을 내지 못한 이들의 명단이 붙어 있었다.

마리 루는 집 뒤편 우리에서 소를 끌어내고 있었다. 소는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야위었다. 아침에 짠 젖이 사발의 반만 차도 많이 나온 날이었다. 그래도 그 소는 집에 남은 마지막 생계 수단이었다. 남편이 나팔 소리를 따라 전쟁터로 떠난 뒤, 마리는 그 젖으로 시어머니의 죽을 끓여 왔다.

그때 문 앞에 말 한 필이 멈춰 섰다. 세무 서기의 장화는 길에서 묻은 먼지로 허옇게 변해 있었다. 그는 마리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안장에 묶어 둔 장부를 풀었다. 함께 온 하인은 벌써 밧줄을 손에 감고 있었다.

“루 씨 댁은 두 해째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마리는 고삐를 쥐었다. “그 사람은 왕을 위해 나갔습니다.”

“남편이 7년 전쟁에 나갔다고 세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서기는 장부의 한 줄을 손톱으로 눌렀다. “사망 확인서가 없다면 세금을 감면할 수 없습니다.”

담 너머에서 피에르가 나왔다. 그의 집 문설주에는 녹슨 나팔총이 골목 쪽을 향한 채 걸려 있었다. 그러나 피에르는 총을 떼지 않고 빈손으로 다가왔다.

“누가 그 사람의 죽음을 확인해 준단 말입니까? 함께 전쟁터로 나갔다가 가을에 돌아온 사람은 둘뿐입니다. 그들조차 『장』이 전투 중 강에서 죽었는지, 다친 뒤 야전병원에서 죽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서기는 피에르의 손부터 살폈다. “총에는 손대지 마십시오. 오늘은 소만 끌고 갈 겁니다.”

하인이 우리 안으로 들어서자 소가 뒷걸음질 치며 물통을 걷어찼다. 마리는 고삐를 붙잡아 당기다가 놀란 소가 다칠까 봐 손을 놓았다. 어느새 골목에는 구경꾼이 모여 있었다. 빵집 여자는 앞치마에 묻은 밀가루를 털며 나왔고, 아이들은 수레바퀴 뒤로 얼굴만 반쯤 내밀었다.

“내 아들도 그 명단에 있습니다.” 빵집 여자가 말했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이름만 달랑 적혀 있었습니다. 편지에는 대열이 흩어졌다는 말 한 줄뿐이었고요.”

서기는 장부를 펼쳐 둔 채 대답했다. “왕께서 전쟁을 끝내셨습니다. 전쟁이 끝났으니 남은 세금을 거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보당만 빼 주라는 법은 없습니다.”

“정말 평화가 왔다면 소는 남겨 두십시오.” 피에르가 말했다. “소젖이 없으면 저 집 노인은 죽 대신 맹물로 끼니를 때워야 합니다.”

“그건 세금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하인이 소의 뿔 아래로 밧줄을 걸었다. 버티던 소는 돌바닥에 무릎을 찧을 듯 미끄러졌다가 간신히 일어섰다. 마리는 뒤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가다가는 다시 고삐를 빼앗아 잡을 것 같았다. 그때 시어머니 아델이 지팡이를 짚고 문간에 나타났다. 허리까지 오는 지팡이를 짚었지만, 소를 끌고 가는 하인을 막지는 못했다. 아델은 식탁 위에 엎어 둔 사발을 들어 가슴에 안았다. 돌아오지 않은 아들을 위해 매일 아침 자리를 비워 둘 때 놓던 사발이었다.

“『장』, 오늘은 먹을 게 없구나.” 아델은 서기가 아니라 텅 빈 우리를 향해 말했다.

수레가 광장 쪽으로 움직였다. 바퀴가 길에 마른 쇠똥을 으깨고, 소의 꼬리는 자욱한 먼지를 쳐 냈다. 피에르는 골목 끝으로 소의 꼬리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나팔총은 여전히 문설주의 못에 걸려 있었다. 총 한 자루로 왕실의 징수 명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교회 문 옆 나무판 앞으로 모였다. 나무판에는 7년 전쟁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빗물에 번진 이름도 있었고, 얼마 전에 새로 적힌 이름도 있었다. 신부는 그 이름들을 소리 내 읽지 않았다. 마을 사람의 절반은 이름을 읽는 순간 그들의 죽음이 확정된다고 믿었다. 피에르가 대신 한 이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루, 『장』.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세무 서기는 이 집 가장이 죽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밀린 세금도 그대로 받아 가는 겁니다.”

“살아 있으면 돌아와야지.” 누군가 말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온 두 사람은 크게 다친 채 마을 끝집에 누워 지냈다. 한 사람은 한쪽 다리를 무릎 아래부터 잃었고, 다른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전한 것은 승전 소식이 아니었다. 진흙탕에서 대열이 흩어졌고, 장교는 살아남은 병사의 수만 세었을 뿐 죽은 이들의 신원은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왕실에서는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만 전해 왔다.

마리는 빈 우리에서 물통을 씻었다. 바닥에 깔린 짚에는 소의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이내 밤공기처럼 차가워졌다. 아델은 사발을 선반에 돌려놓지 않은 채 무릎에 올리고 앉아 있었다. 소젖 냄새가 사라진 집 안에는 차가운 돌 냄새만 남았다.

“내일은 무엇으로 죽을 끓이나.” 아델이 물었다.

“빵집 여자가 빵 껍질을 남겨 둔다고 했어요.”

“껍질은 소의 몫이었지.”

마리는 짚과 흙이 뒤섞여 검게 변한 물을 골목 아래 도랑에 버렸다. 르말지외의 지붕 너머로 제보당의 산이 길게 뻗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전쟁터로 가족을 보낸 데 이어, 이제는 밀린 세금 때문에 소까지 내주고 있었다. 왕실에서 돌아온 것이라고는 전쟁이 끝났다는 고지뿐이었다.

늦은 밤, 피에르는 집 문을 닫기 전에 소매로 나팔총의 먼지를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녹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가 골목 끝을 바라보았지만 수레는 이미 사라졌고, 소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전쟁은 끝났지만 많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아 마을은 전보다 더 쓸쓸해졌다.

달이 뜨자 나무판에 적힌 글자가 낮보다 또렷하게 보였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이름이 그 위에 나란히 남아 있었다. 가족들은 그들이 죽었다는 증명도 받지 못한 채 밀린 세금을 떠안아야 했다. 산으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오늘도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