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왕의 군대

뒤이어 출동한 기병대는 가파른 비탈에서 발이 묶이고, 기수를 잃은 말들만 르말지외로 돌아온다.

말들이 멈춘 곳 삽화
말들이 멈춘 곳 삽화

보병들이 사라지고 한 주가 지나자, 이번에는 기병대가 들이닥쳤다. 기병들은 저마다 말을 타고 있었다. 기병들의 장화는 흙 한 점 없이 번들거렸다. 광장에서 말에서 내린 대령은 물통 옆에 매인 빈 안장 하나를 보았다. 실종된 중위의 말이었다.

“먼저 온 보병들은 대오가 무너졌습니다.” 서기가 말했다. “어둠 속에서 아군끼리 총을 쏘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보병이라서 대오가 무너진 겁니다.” 대령이 대답했다. “기병은 다릅니다. 우리가 그 골짜기를 가로지를 테니 두고 보십시오. 짐승 따위가 말발굽 앞에서 버틸 수는 없습니다.”

피에르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말보다도 훨씬 높아 보였던 짐승의 어깨가 떠올랐지만, 대령은 농부가 든 낡은 나팔총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기병들은 먹을 빵조차 사지 않고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아델의 집 앞을 지나던 말 한 필이 문을 보더니 귀를 뒤로 바짝 눕혔다. 기수는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의 목을 두드렸다.

이튿날 새벽, 기병대는 산길을 올랐다. 보병들이 떠나던 날처럼 안개가 짙었고, 말들이 뿜는 입김까지 뒤섞여 앞을 가렸다. 갈림길에 이르러서도 대령은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선두의 말 세 필이 젖고 가파른 내리막으로 들어섰다. 네 번째 말은 더 나아가지 않고 버텼다. 진흙 위에서 발굽이 미끄러지며 돌 하나가 비탈 아래로 굴러갔다. 말이 딛고 설 만한 길이 아니었다.

“말에서 내려라.” 대령이 명령했다. “고삐를 잡고 끌어 올린다.”

기수들이 말에서 내렸다. 그러나 고삐를 틀어쥐어도 겁먹은 말을 당해 낼 수 없었다. 말들은 비탈 아래를 보려 하지 않았다. 머리를 치켜들고 자꾸만 뒷걸음질 쳤다. 한 필은 기수를 질질 끌고 가 나무에 처박았다. 군도가 낙엽 위로 떨어졌다. 버티는 말들 때문에 대열은 중간에서 두 동강 났다.

그때 비탈 아래에서 무언가가 낙엽을 헤치며 다가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말의 배 아래로는 지나갈 수 없을 만큼 솟은 등만 보였다. 한 기수가 다시 안장에 오르려다가 말발굽에 어깨를 채였다. 총은 안장에 매여 있는데 기수는 말 아래 나뒹굴었다. 누구 하나 총을 쏘기도 전에 대열이 무너졌다. 말들은 기수의 명령을 뿌리치고 마을을 향해 달아났다.

르말지외 광장에는 말들이 먼저 돌아왔다. 절반은 안장이 비어 있었고, 주인 잃은 등자가 돌바닥에 부딪히며 덜그럭거렸다. 기수를 태우고 온 말과 빈 안장만 달고 온 말이 나란히 물통에 머리를 박았다. 말 한 필의 고삐에는 대령의 모자가 걸려 있었지만, 정작 대령은 보이지 않았다. 살아남은 기수 몇 명은 해 질 녘이 되어서야 걸어서 돌아왔다. 실종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기가 두려워 끝내 인원 점검도 마치지 못했다.

“말들이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온 기수 하나가 피에르에게 말했다. “애초에 말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말에서 내리자마자 서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서기는 이번 일도 장부 여백에만 적었다. 왕의 기병대가 짐승 한 마리에게 쫓겨 흩어졌다는 사실을 공식 보고서에 어떻게 적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빈 안장의 수를 세던 그는 결국 펜을 내려놓았다. 펜촉에 묻은 잉크가 그대로 말라붙었다.

말들이 지나갈 때 아델은 창가에 서서 안장만 바라보았다. 주인 잃은 안장을 보자 소를 빼앗기던 날이 떠올랐다. 아델은 말없이 창문을 닫았다. 피에르는 밤새 돌아다니며 말들의 고삐를 풀어 주었다. 풀려난 말들은 한 번도 산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마을 어귀에는 진흙 묻은 군도 한 자루만 남았다. 병사들을 찾겠다며 산비탈을 오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