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패전의 땅
장례를 앞둔 밤, 남자 둘이서도 겨우 들었던 마리의 시신을 짐승 한 마리가 물고 간다.

날이 저물도록 관에는 뚜껑이 없었다. 널빤지를 맞추던 목수는 못이 모자라자 가지러 집으로 돌아갔다. 마리는 식탁 옆에 놓인 널 위에서 밤을 맞았다. 목의 상처는 천으로 덮어 두었지만, 천 가장자리에는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피에르와 목동은 촛대를 놓을 수 있도록 널을 방 한가운데로 옮겼다. 두 사람이 널의 양 끝을 나눠 잡았다. 마리의 몸은 전날 길에서 세 사람이 함께 들었을 때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피에르는 사람이 피를 흘리면 몸이 가벼워진다는 말을 더는 믿을 수 없었다. 목동은 이를 악물었고, 피에르는 휘청이다 무릎을 돌바닥에 부딪쳤다. 두 사람은 널을 한 번 내려놓았다가 다시 들어야 했다. 아델도 거들려고 널 가운데에 손을 댔지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자 조용히 손을 거두었다.
“둘이 들어도 이렇게 무겁군요.” 목동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널을 바닥에 내려놓자 집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아델은 빈 사발을 마리의 손 곁에 놓았다. 마리가 누운 곳은 아델이 돌아오지 않은 아들을 위해 비워 두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아델은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피에르는 새 화약과 납을 채운 나팔총을 들고 문간에 앉았다. 총구에는 전날 쏜 화약 냄새가 남아 있어 입안까지 쓴맛이 도는 듯했다. 그는 산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지켜보았다. 양들은 우리 안에서 잠들었고 방울도 울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뒤에도 창가의 불은 꺼뜨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무엇이 다가오는지 보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촛불 하나가 넘어졌다. 심지가 녹은 밀랍에 잠기면서 치익 소리를 냈다. 바로 그때 널 아래에서 그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났다. 피에르는 소리가 집 안에서 났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문을 밀어 열었다.
널은 텅 비어 있었고, 시신을 덮었던 천만 바닥에 반쯤 끌려 내려와 있었다. 아델은 벽까지 물러난 채 지팡이를 가로로 들고 있었다. 짐승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려는 몸짓이었다. 문간을 등진 짐승의 어깨가 방의 절반을 가릴 만큼 넓었다. 전날 먼지 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등이었다. 얼굴은 촛불이 꺼져 어두워진 곳에 묻혀 있었다. 피에르는 눈도 이빨도 보지 못했다. 짐승의 등에 걸린 천과 그 아래에서 흔들리는 마리의 팔만 보였다.
“내려놔.”
짐승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리를 안고 가는 사람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마리의 몸은 짐승의 턱 아래에 축 늘어져 있었고, 수의 한쪽이 바닥을 쓸었다. 두 사람이 간신히 옮긴 몸을 짐승은 혼자서 가볍게 물고 있었다. 피에르가 방아쇠를 당겼다. 좁은 방에 나팔총 소리가 터지자 귀가 먹먹해졌다. 화약 연기가 방을 가득 채워 식탁도 문도 보이지 않았다. 납 조각이 벽에 박혔는지 짐승의 몸에 박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곧 무언가가 문설주를 세게 스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강한 충격을 받은 문설주는 쩍 갈라졌다.
연기가 걷히자 빈 널 위에 사발만 비스듬히 놓여 있었다. 피에르는 빈 총을 든 채 골목으로 뛰어나갔다. 산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짐승의 등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늘어진 수의와 마리의 팔이 돌바닥에 계속 부딪쳤지만, 짐승은 시신을 놓지 않았다. 피에르가 내려놓으라고 소리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총을 쐈는데도 달리는 모습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총소리에 놀라 달아난 것인지, 애초에 마리의 시신을 가져가려고 떠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목동이 맨발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조금 전까지 양 끝을 붙잡고 낑낑대며 옮겼던 빈 널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둘이서도 겨우 들었습니다.” 목동이 말했다. “무릎이 꺾일 만큼 무거웠는데.”
피에르는 손바닥으로 총구에 남은 열을 느꼈다. 총구는 아직 뜨거웠지만 골목에는 아무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문지방에 피 한 방울이 떨어져 있었으나 마리의 피인지 짐승의 피인지 알 수 없었다. 피에르는 그 피를 닦지 않았다.
아델은 깨지지 않은 사발을 주워 앞치마로 감쌌다. 한동안 산 쪽을 바라보던 아델은 문을 닫지 않았다. 짐승이 이미 집 안까지 들어왔다 갔으니 이제 와 문을 닫아도 소용없다고 여겼다.
“장례는 어쩌고.” 목동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집 안에는 무덤에 묻을 시신이 남아 있지 않았다. 수의만 바닥에 버려졌고, 짐승은 마리의 시신을 물고 어두운 산길로 사라졌다. 우리에서는 양 한 마리 울지 않았다. 짐승은 이번에도 양을 건드리지 않고 마리만 노렸다.
아침이 되어서도 피에르는 문간을 떠나지 못했다. 다시 장전할 화약은 남아 있었지만, 이제 총을 겨눌 짐승은 보이지 않았다. 빈 널을 보러 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놀라 뒷걸음질 쳤다. 신부는 바닥의 수의를 접으려다 손을 멈췄다. 천을 접으면 시신도 없이 장례를 끝내는 것처럼 보일까 두려웠다.
아델은 사발을 선반에 올리지 않고 무릎 위에 둔 채 앉아 있었다. 아들은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이제 며느리의 시신마저 사라졌다. 아델은 짐승이 왜 시신을 가져갔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 답을 찾으러 짐승을 따라 산으로 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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