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 증거 없음
심사가 미뤄지는 동안 사체의 부패가 심해지고, 의사는 원래 가져온 짐승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보상을 거부한다.

그대로 이틀이 더 흘렀다. 사흘째 오전이 되어서야 젊은 의사가 접은 수건을 들고 나왔다. 잔은 이름을 묻지 않았고, 의사도 통성명 없이 장부부터 펼쳤다. 잔은 왜 이제야 왔느냐고 따지려다가 접수대의 관리와 문지기 역시 줄곧 심사를 미뤄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입을 다물었다. 수레로 다가가던 의사는 몇 걸음 앞에서 멈춰 섰다. 덮어 놓은 옷으로도 썩는 냄새를 막을 수 없었다.
“늑대라는 것까지는 알겠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가죽이 터지고 부패가 심해져서 청구서에 적힌 그 짐승이 맞는지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확인할 수 없는 사체에는 보상금을 내줄 수 없습니다.”
“사흘 전만 해도 몸집과 상처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잔이 말했다. “왕실에서 심사를 사흘이나 미루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겁니다.”
“왕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청원을 심사합니다. 절차를 밟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입니다. 그동안 사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일은 청구인의 책임이고요.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사체를 왕실이 짐작만으로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피에르가 사체를 덮은 옷자락을 걷었다. 어깨의 흉터와 총 맞은 자국이 드러났지만, 이미 문드러진 살 사이에서 제 모양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의사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냄새와 몰골이 역겨워서인지, 책임을 피하려는 것인지 잔은 따져 묻지 않았다.
“박제로 만들면 되지 않습니까?” 피에르가 말했다. “남겨 두면 나중에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미 박제로 만들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내다 버리십시오. 석회를 뿌려 묻든가 불에 태우세요. 계속 마당에 두었다가는 다른 청원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줍니다.”
그 시각, 마르탱은 마당 옆 허름한 숙소에 누워 있었다. 옆구리에서 시작된 열이 얼굴까지 달아오르게 했다. 잔이 틈틈이 돌아와 물수건을 얹어 주었지만 정신은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마르탱은 콜로스의 사체를 실은 수레가 어찌 되었느냐고 물었다. 잔은 “아직 문 앞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자 사람들이 사체에 석회를 뿌리고 수레째 뒷문으로 끌고 나갔다. 아무도 그 사체가 콜로스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폐기해 버렸다. 박제로 남길 수도,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도 없게 되었다.
잔은 사체가 뒷문으로 실려 나가 버려졌다는 사실을 마르탱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았다. 열에 들뜬 그가 자신의 희생마저 헛되었다고 여길까 두려웠다. 하지만 저녁에 마르탱이 다시 묻자 더는 숨기지 못했다. “확인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사체를 치웠어요. 보상금도 받을 수 없습니다.”
마르탱은 천장을 바라보았다. “영감도 카트린도 마리도 죽음을 증명할 시신이나 기록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눈앞에 가져다 놓은 증거조차 인정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의사는 서류에 ‘부패로 인한 불인정’이라는 한 줄만 덧붙이고 떠났다. 피에르가 먼 길을 따라온 일도, 잔이 직접 살핀 흔적도 기록하지 않았다. 텅 빈 마당에는 수레바퀴 자국과 흩어진 석회 가루만 남았다.
사체가 사라진 뒤로 밤이면 들끓던 파리도 줄었다. 그러나 잔은 고요해진 마당을 바라보며 조금도 기뻐할 수 없었다. 방 안에서는 마르탱이 힘겹게 숨 쉬는 소리만 들려왔다. 숨과 숨 사이가 죽기 직전의 콜로스처럼 점점 길어졌다. 잔은 그 사실을 마르탱에게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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