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콜로스

잔은 뒷발을 끈 자국과 여러 번 누웠던 흔적을 발견하지만, 마르탱은 짐승이 약해졌다고 판단해 추격을 서두른다.

느려진 발자국 삽화
느려진 발자국 삽화

사흘째부터 산비탈에 찍힌 발자국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깊이는 전과 같았지만, 뒷발을 끌어서 생긴 선이 자국 끝마다 이어졌다. 쓰러진 나무를 만난 곳에서는 훌쩍 뛰어넘지 못하고 옆으로 멀리 돌아갔다. 건강할 때라면 가볍게 가지를 밟고 건넜을 높이였다. 잔은 놈이 돌아간 자취를 손으로 더듬다가 한곳에서 멈췄다.

“여기서 오랫동안 누워 있었습니다. 눌린 풀이 이렇게 넓게 퍼진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숨이 가빠서 쉬었는지, 배가 아파 웅크렸는지는 흔적만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전 같으면 쉬지 않고 지나갔을 거리입니다.”

마르탱은 짓눌린 풀을 보자 걸음을 재촉했다. “놈이 약해졌습니다. 지금 따라잡으면 끝낼 수 있어요.”

“약해진 짐승도 죽은 짐승은 아닙니다. 개울가의 늑대도 쓰러지는 순간 베르나르를 할퀴었어요. 이놈은 그 늑대보다 훨씬 큽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도 당신의 옆구리를 찢을 힘은 남아 있을 겁니다.”

마르탱은 잔이 흔적을 살펴보는 동안 딱 한 시간만 기다렸다. 그 뒤로는 더 참지 못하고 앞장서 걸었다. 넓게 눌린 풀은 짐승이 그곳에서 오래 쉬었다는 증거였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따라잡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래로는 오베르의 지붕들이 작게 내려다보였고, 위로는 몽무셰의 바위들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발자국은 바위와 바위 사이의 짙은 그늘로 이어졌다. 동굴이라 하기에는 입구조차 보이지 않고 어둠만 깊게 고여 있었다.

두 사람이 그늘 앞에 다다르자 안쪽에서 낙엽이 와르르 밀려 나왔다. 짐승이 쓰러지며 건드린 것이 아니라, 무거운 몸을 일으키느라 밀어낸 것이었다. 얼굴은 바위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흉터투성이 어깨와, 절뚝거리면서도 꼿꼿이 솟은 등만 드러났다. 피에르가 말했던 것처럼 문간을 꽉 채우고도 남을 만큼 넓은 등이었다. 마르탱이 총을 겨누자 잔이 다급히 총구를 쳐 올렸다.

“베르나르는 코앞에서 총을 쏘고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저놈은 그 늑대보다 더 큽니다. 여기서 맞힌다 해도 그 자리에서 멈춘다는 보장이 없어요.”

짐승은 두 사람 앞까지 달려들지는 못했다. 겨우 한 걸음을 내디뎠다가 앞발을 끌며 다시 그늘 속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 한 걸음만으로도 발톱이 마르탱의 소매를 스쳤다. 팔뚝은 간신히 피했지만 옷자락이 길게 찢어져 바위에 걸린 채 너덜거렸다. 움직임은 느려졌어도 사람 하나쯤 쓰러뜨릴 힘은 아직 남아 있었다.

잔은 뒷발을 끈 자국을 다시 살폈다. “쉬어 가는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벌써 세 번째로 누운 자리예요. 미끼를 가져간 뒤부터 생긴 변화입니다. 독이 퍼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에는 이런 흔적이 없었습니다.”

마르탱은 찢어진 소매를 동여매며 그늘 속을 노려보았다. “내일은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내일 들어갈 곳이 여기인지는 아직 모릅니다. 이곳은 놈이 잠시 누워 쉰 자리일 뿐이고, 굴 입구는 더 위에 있을 수도 있어요. 몽무셰는 넓습니다. 멀리 보이는 오베르의 불빛만 믿고 방향을 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불을 피우지 않았다. 불빛을 본 짐승이 눈치채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잔은 놈이 그대로 쉬게 내버려 두었다. 마르탱은 베르나르의 죽음을 떠올리며 총을 무릎에 얹고 밤을 지새웠다. 그는 뒷발을 끈 자국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어둠 속에서도 살펴보려 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날이 밝은 뒤에 새 발자국을 찾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