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패전의 땅

마을 사람들은 저주와 죽은 자의 귀환을 의심하고, 서기는 피에르의 목격담을 보고서에 기록한다.

흡혈귀의 밤 삽화
흡혈귀의 밤 삽화

해가 지자 마을 사람들이 빈 널이 놓인 집으로 모여들었다. 낮에는 저마다 산으로 난 길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밤이 되자 촛불 주위에 바짝 붙어 앉았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누구도 문지방 근처에 오래 서 있으려 하지 않았다. 벽에는 피에르의 나팔총이 기대어 있었고, 집 안에는 밀랍 냄새보다 화약 냄새가 더 짙게 배어 있었다.

빵집 여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마리의 피를 마신 것이 다시 온 겁니다. 시신을 훔쳐 가는 건 흡혈귀가 하는 짓이라고 들었습니다. 사람이 묻히기 전에 시신을 가져가야 저주를 품고 산으로 돌아갈 수 있다더군요.”

“누가 그런 말을 합니까.” 피에르가 물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제보당에서는 겨울만 되면 한 번씩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번에는 양이 아니라 사람을 노렸으니 흡혈귀가 더 분명합니다.”

목동은 불안한 듯 손안에서 모자를 빙빙 돌렸다. “양은 한 마리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배고픈 짐승이라면 가까이 있던 어린 양부터 물었겠지요. 그런데 굳이 사람을 골랐습니다. 굶주린 짐승의 짓이 아닙니다. 악마가 마리를 노린 겁니다.”

문밖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장 루』가 돌아온 것 아닙니까? 죽었다는 확인이 없으니 어딘가에 살아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다 사람 아닌 것으로 변해 아내를 데리러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델이 무릎에 사발을 올려 둔 채 고개를 들었다. “내 아들은 그렇게 걷지 않아. 어깨는 제대로 못 봤지만 방의 절반이 가려질 만큼 몸집이 큰 건 보았다. 사람일 수가 없어.”

그 뒤로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추측을 쏟아 냈다. 누군가는 문에 십자가를 그렸고, 누군가는 문지방에 마늘을 놓았다. 마늘을 가져온 사람도 그런 미신을 믿는다고 선뜻 말하지는 못했다. 다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밤을 견디기가 두려웠을 뿐이었다. 신부는 마늘을 치우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기도하라며 무릎을 꿇리지도 않았다.

“내가 죽은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신부가 말했다. “아무 증거도 없이 망자가 돌아왔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널이 비었다는 것, 피에르가 짐승에게 총을 쐈다는 것, 그리고 양들은 무사했다는 것뿐입니다.”

“그럼 무엇이 가져갔습니까.” 빵집 여자가 물었다.

“모릅니다. 하지만 정체를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흡혈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관청에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전하지 마십시오.”

잠시 뒤 관청에 보고서를 올릴 마을 서기가 도착했다. 세무 장부를 들고 마리의 소를 빼앗아 간 서기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잉크가 말라붙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누르고 피에르를 문간으로 불렀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종이 위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직접 본 것만 말씀하십시오. 남들에게 들은 저주 이야기는 적지 않겠습니다.”

피에르는 자신이 본 일을 차례대로 말했다. 양들이 좌우로 비켜 길을 냈고, 마리는 죽었지만 양은 모두 살아 있었다. 짐승의 등은 보았으나 얼굴은 보지 못했다. 마리의 시신은 남자 둘이 겨우 옮길 만큼 무거웠다. 그런데 한밤중에 짐승이 그 시신을 혼자 물고 문밖으로 나갔다. 피에르가 총을 쏘았는데도 시신을 놓지 않은 채 산으로 달아났다. 피에르는 그것이 악마라고 생각했지만 그 말까지 꺼내지는 않았다.

서기는 말을 받아 적으며 중얼거렸다. “짐승. 사람보다 넓은 어깨. 장례 전에 시신을 물고 감.” 그러고는 여백에 작은 글씨로 덧붙였다. “주민들은 흡혈귀 또는 망자의 귀환을 의심하나 목격자는 이를 확인하지 못함.”

“그 덧붙인 것도 올라갑니까.” 피에르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본문과 여백은 엄연히 다릅니다. 왕실에서는 본문을 사실로 받아들일 겁니다. 여백은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알리기 위해 적는 것입니다.”

아델은 보고서에 서명하지 않았고, 서기도 억지로 이름을 받아 내지는 않았다. 피에르는 적어 놓은 이름 옆에 잉크 묻힌 손가락을 눌렀다. 종이에 남은 지문은 글자보다 컸다. 서기는 보고서를 봉한 뒤 가방에 넣었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전령이 말을 타고 마을을 떠났다. 말은 르말지외 광장을 가로질러 산과 반대쪽, 관청으로 가는 내리막길을 달렸다. 말발굽 소리는 이내 멀어졌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도 집 안에는 마늘 냄새가 남았다. 문에 그린 십자가는 희미해서 비가 한 번만 내려도 지워질 듯했다. 아무도 교회 문 옆 나무판에 마리의 이름을 적지 않았다. 시신도 없이 이름부터 올리면 그것으로 장례를 대신하는 셈이 될까 두려웠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장』의 이름 옆에는, 죽은 것이 분명한 마리의 이름조차 적지 못한 빈칸만 남았다.

빵집 여자는 돌아가며 말했다. “그것은 내일도 올 겁니다. 저주는 한 집에서 끝나지 않으니까요.”

피에르는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자신도 넓은 어깨와 시신을 물고 가는 모습만 보았을 뿐, 짐승의 정체는 몰랐다. 서기는 피에르가 직접 본 사실만 본문에 적어 관청으로 보냈다. 마을 사람들은 증거도 없이 흡혈귀나 악마, 혹은 돌아온 『장』의 짓이라고 저마다 추측했다. 하지만 어떤 추측도 마리의 시신을 되찾아 주지는 못했다.

밤이 깊어서야 아델은 사발을 선반에 엎어 놓았다. 이제 아들을 기다리며 빈 사발을 내놓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마리의 시신도 짐승도 사라진 집 안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누군가 창밖에서 문을 한 번 두드렸다. 대답이 없자 문 앞에서 십자가를 긋는 소리만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