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 증거 없음

마을 사람들이 콜로스의 사체를 왕실로 가져가지만, 관리들은 심사를 미루고 사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왕에게 가는 수레 삽화
왕에게 가는 수레 삽화

콜로스의 사체를 굴 밖으로 끌어내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마르탱은 먼저 들것에 실려 산을 내려갔고, 콜로스는 굴에 남았다. 잔이 오베르에 사람을 보내 일손을 청했다. 토마는 오지 않았다. 울타리에 걸린 셔츠를 지켜야 해서가 아니었다. 누나를 늑대에게 내준 사람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르말지외에서 피에르가 찾아왔다. 이미 죽은 짐승을 옮기는 데는 나팔총이 필요 없었으므로 집에 두고 왔다.

“살아서 문간을 가득 메웠던 바로 그 등입니다.” 피에르가 굴 앞에서 말했다. 그는 콜로스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지 않았다. 살아 있을 때 보지 못한 얼굴을 죽은 뒤에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둘이 들기에는 너무 무겁군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여럿이 달라붙어 사체에 밧줄을 묶었다. 비탈 아래에는 수레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레바퀴가 돌부리에 걸릴 때마다 모두 어깨를 대고 밀었다. 아델은 오지 않았다. 피에르가 대신 전한 말은 짧았다. “사발은 집에 있습니다. 사체가 왕에게 가더라도 사발은 보내지 않겠답니다.”

수레는 마을을 지나 베르사유로 향했다. 제보당에서 베르사유까지는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었다. 큰길에 닿기 전부터 산길이 험한 데다 수레까지 무거워,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가기도 어려웠다. 일행은 열흘 넘게 길 위에서 보낸 끝에야 베르사유에 닿았다.

사람들은 밤마다 덮어 둔 천을 걷고 사체에 소금을 문질렀다. 얼음을 구할 수 있는 곳에서는 푼돈을 모아 사 보았지만 금세 녹아 버렸다. 여정이 끝나기도 전에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베르사유에 도착했을 때까지 거대한 머리와 발, 오래된 흉터는 알아볼 수 있었다.

마르탱은 짚과 담요를 깐 다른 수레에 누워 갔다. 일행이 쉴 때마다 잔이 붕대를 갈고 상처를 씻었지만, 열은 내렸다가 다시 오르기를 되풀이했다. 베르사유에 도착한 일행이 들어간 곳은 궁 안이 아니라 궁문 밖의 마당이었다. 장부를 들고 나온 문지기는 수레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자 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보상을 청구하려면 서류부터 내십시오. 사체는 검시가 끝나야 왕실에서 인수할 수 있습니다. 검시관은 오늘 자리를 비웠고, 의사는 다른 청원을 살피는 중입니다.”

“이것보다 급한 청이 있습니까.” 피에르가 물었다.

“청원은 접수된 차례대로 처리합니다. 냄새가 난다고 순서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잔은 자신이 목격한 일과 짐승의 크기, 총탄을 맞고도 죽지 않았던 사실을 서류에 적었다. 죽은 사람들의 이름도 빠뜨리지 않았다. 카트린과 마리, 개울가의 남자와 베르나르였다. 베르나르는 왕실 기록에 정식 희생자로 오르지 못할 테지만 그래도 이름을 적었다. 마르탱은 청구인이 아니라 부상자로 기재했다. 그는 수레 옆에 깐 담요 위에서 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서명하려는 손이 자꾸 떨려 잔이 받쳐 주었다. 비뚤어진 글씨로나마 마르탱이라는 이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문지기는 서류만 받아 들고 사체는 받지 않았다. “기다리십시오. 햇볕은 알아서 피하시고요. 사체가 부패하면 청구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그늘이라고는 담장 아래에 길게 드리운 한 뼘뿐이었다. 수레를 전부 들이밀 수 없어 콜로스의 어깨가 햇볕에 드러났다. 이내 파리가 꼬이기 시작했다. 피에르가 옷을 벗어 덮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자꾸 벗겨졌다. 잔은 토마에게 무슨 말을 전해야 할지 속으로 몇 번이나 고쳐 보았다. 왕실 문 앞에서 사체가 썩어 가고 있는데 성공했다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저녁이 되어도 의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잔은 마르탱을 마당 근처의 값싼 숙소로 옮겼고, 피에르와 마을 사람들은 수레 곁을 지켰다. 잠시 뒤 다른 관리가 나와 증인이 적어도 둘은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피에르가 손을 들자, 관리는 르말지외 농민에게도 증인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그사이 수레에서 나는 냄새는 더욱 지독해졌다.

잔은 숙소와 마당을 오가며 밤을 지새웠다. 콜로스의 사체는 궁문 앞에서 검시 차례를 기다렸지만, 그날도 끝내 검시관은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