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왕의 군대
안개 속 사방에서 마흔 명의 병사가 쏘는 총성이 이어지다가 끊기고, 주인 잃은 말만 마을로 내려온다.

네 부대로 나뉜 병사들은 짙은 안개 때문에 서로의 위치를 놓쳤다. 같은 부대 안에서도 바로 앞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젖은 낙엽이 군화 소리까지 삼켰다. 중위는 말을 타고 다니며 나팔 신호를 기다리라고 명령했지만, 아직 어디에서도 나팔이 울리지 않았다. 총성이 들리면 그곳으로 모이기로 했으나, 산비탈이 가파르고 젖어 있어 빠르게 움직이기도 어려웠다.
첫 총성은 왼쪽 골짜기에서 울렸다. 오른쪽에 있던 부대가 소리를 따라 비탈을 뛰어 내려갔다. 빗물에 젖은 경사면에서 병사 한 명이 미끄러지며 총을 놓쳤다. 부싯돌총이 이끼 위로 떨어졌지만 그는 주울 틈도 없이 동료들을 따라갔다. 그때 뒤쪽에서 두 번째 총성이 터졌다. 앞서가던 병사들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몰라 멈칫하자 중위가 소리쳤다.
“한곳으로 모여라! 흩어지면 마흔 명이나 데려온 보람이 없다!”
그러나 마흔 명은 안개 속에서 서로를 찾지 못했다. 총에서 뿜어져 나온 흰 연기는 안개와 뒤섞여 시야를 더욱 가렸다. 한 병사가 흔들리는 덤불을 향해 총을 쐈지만, 납탄은 나뭇가지의 껍질만 벗겼다. 바로 그때 어깨가 넓은 짐승이 병사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에르가 보았던 것처럼 유난히 어깨가 넓은 짐승이었다. 마을에서는 먼지가 모습을 가렸다면, 숲에서는 나뭇잎과 고사리가 짐승을 가렸다. 한 병사가 그 어깨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이 오래된 흉터 위를 스치면서 털과 가죽이 찢어지고 피가 흘렀다. 하지만 짐승은 다리 한 번 꺾이지 않았다. 쓰러지기는커녕 곧장 다음 총성이 난 곳을 향해 달려갔다. 얼굴은 고사리에 가려져 이빨조차 보이지 않았다.
놀란 중위의 말이 옆으로 날뛰었다. 말은 눈을 뒤집고 나무에 옆구리를 부딪친 뒤 비틀거렸다. 중위가 고삐를 힘껏 당겼지만 끝내 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나팔수도 신호를 보내려고 나팔을 입에 대기 전에 손에서 놓쳤다. 떨어진 나팔은 진흙에 처박혔다. 숲 곳곳에서 연달아 울리던 총성은 하나씩 뜸해지다가 마침내 끊겼다.
저녁이 되자 중위의 말만 홀로 마을로 내려왔다. 안장은 비어 있었고 등자도 한쪽만 달려 있었다. 피에르는 담장까지 나가 말의 고삐를 붙잡았다. 말은 주인을 찾지도 않고 곧장 물통에 코를 박았다.
이튿날 피에르는 숲의 초입까지만 올라갔다. 이끼 위에는 주인을 잃은 총 세 자루가 떨어져 있었다. 조금 더 안쪽에는 군화 한 짝이 진흙에 박혀 있었다. 피에르는 그 군화를 들고 마을로 돌아왔다. 병사 마흔 명의 이름은 하나도 몰랐다. 그가 아는 것은 광장에서 직접 세어 본 숫자뿐이었다.
해가 기울 무렵, 병사 한 명이 양우리 쪽으로 기어 내려왔다. 군복은 갈기갈기 찢겼고 총도 잃어버린 뒤였다. 마을 사람들이 달려가 그를 광장에 눕혔다. 중위가 어디 있느냐는 물음에 병사는 고개만 저었다. 몇 명이나 살아남았느냐고 묻자 손가락을 펴려다가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콜로스”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 채 숨을 거두었다. 신부가 병사의 눈을 감겨 주었다. 서기는 장부 여백에 적어 둔 ‘마흔’ 옆에 사망자를 표시하려 했다. 그러나 확인할 길이 없어 점을 마흔 개 모두 찍지는 못했다. 돌아오지 않은 병사들이 죽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다시 짐승을 쫓을 병력도 남지 않았다. 숲에는 주인 잃은 총만 흩어져 있었다.
피에르는 빈 안장을 바라볼 뿐 자신의 나팔총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아델도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집 안에서 사발을 닦는 소리만 한 번 들렸다. 산은 더 이상 총성도 울리지 않은 채 어둠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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