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콜로스
잔은 카트린의 시신을 독이 든 미끼로 쓰자고 제안하고 그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 한다.

토마는 누나를 방에 눕힌 뒤 문을 단단히 막았다. 땅에 묻기 전 하룻밤만이라도 집 안에 모시겠다는 뜻이었다. 마당에 떨어진 셔츠는 제 손으로 하나씩 주워 다시 울타리에 걸었다. 피 묻은 옷은 따로 접어 두었다. 손은 떨렸지만, 구겨진 솔기만큼은 애써 반듯하게 폈다.
날이 밝기 전에 잔이 그 집 문을 두드렸다. 마르탱은 잔의 뒤에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총은 두고 왔다. 무장한 채 찾아가면 토마가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누님의 시신을 산에 놓아두게 해 주십시오.” 잔이 말했다. “제가 가진 독을 쓰겠습니다. 먹는 즉시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은 아닙니다. 놈이 얼마나 먹을지, 또 언제 약효가 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토마가 문을 반쯤 열었다. “누나를 짐승의 먹이로 내놓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미끼로 쓰고 나면 카트린의 시신을 돌려드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일을 제가 제안하고 준비했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하지 마십시오.”
잔은 물러서지도, 변명하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또 물을 길으러 나온 사람이 습격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방법을 쓴 뒤 곧바로 희생이 멎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언제 끝날지는 약속드리지 못합니다. 미리 말려 둔 독초가 있습니다. 짐승이 먹으면 숨이 가빠지고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효과가 없을 수도 있고요.”
토마는 문짝에 이마를 기댔다. 거친 나뭇결이 피부에 자국을 남겼다. “르말지외에서 죽은 여자에게도 이렇게 했습니까?”
“아닙니다.” 마르탱이 대답했다. “그 사람은 우리가 손쓸 틈도 없이 이미 끌려갔습니다. 카트린은 지금 집 안에 있지요. 그래서 더더욱 입에 올리기 어려운 부탁입니다. 우리가 직접 집 안의 시신을 내놓으라는 말이니까요.”
한참이 지나서야 토마가 문을 활짝 열었다. 부탁을 받아들이면서도 얼굴에는 승낙했다는 기색이 없었다. “나중에 이게 좋은 계책이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누나가 죽어서 쓸모가 있었다는 말도 하지 마십시오.”
“그런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잔이 대답했다.
잔은 혼자서 시신에 독을 넣었다. 어떤 독초를 얼마나 썼는지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동안 마르탱은 토마와 함께 바위 아래에서 기다렸다. 준비를 마친 잔은 한참 동안 제 손만 내려다보다가 두 사람을 불렀다. 셋은 카트린의 시신을 산비탈 위 평평한 바위에 눕혔다. 토마는 누나가 놓인 바위를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본 뒤 집으로 내려갔다. 셔츠들은 여전히 울타리에 걸려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록 카트린의 시신은 바위 위에 그대로 있었다. 이튿날 저녁 잔이 다시 올라가 보니 시신은 사라지고 없었다. 무언가를 끌고 간 흔적이 흙 위에 남아 산비탈 위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잔은 그 흔적만 보고 늑대가 독을 먹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마르탱은 텅 빈 바위를 바라보며 총을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약효가 늦게 나타나는 겁니까?”
“모릅니다.” 잔이 말했다. “놈이 비틀거리기 시작하면 발자국에 흔적이 남겠지요. 오늘 찍힌 자국은 깊이와 간격이 고른 걸 보니 아직 제대로 걷고 있는 듯합니다. 토마에게는 시신이 사라졌다는 사실만 알려야 합니다. 일이 잘되어 간다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소식을 전해 들은 토마는 울타리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곱게 접어 둔 피 묻은 셔츠 곁에 주저앉았다. 잔은 카트린의 이름을 잊지 않고 거듭 불렀다. 그러나 토마의 집에 남은 것은 누나가 입던 옷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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