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콜로스
오베르 근처에 사는 카트린은 옷을 기워 생계를 꾸리고 남동생 토마와 함께 산다.

오베르로 내려가는 길 끝에 집 한 채가 있었다. 울타리에는 여러 번 기운 셔츠가 줄지어 걸려 있었다. 반듯하게 꿰맨 옷과 서툰 바느질 자국이 남은 옷이 한데 섞여 있었다. 서툰 것은 남동생 토마가 연습 삼아 기운 옷이었고, 바느질이 고른 것은 카트린이 이웃에게 품삯을 받고 맡은 옷이었다. 토마는 마당에서 새 울타리 기둥을 박고 있었다. 집 뒤로는 몽무셰 산비탈이 솟아올랐다. 카트린이 옷을 기우는 동안 토마는 묵묵히 망치를 내리쳤다.
잔이 발자국을 따라 마을 외곽을 돌던 날, 카트린은 물통을 들고 개울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누구도 나이를 묻지 않았고, 카트린도 굳이 밝히지 않았다. 앞치마 여기저기에는 짧은 실밥이 붙어 있었다.
“지나가시려면 울타리 밖으로 돌아가십시오.” 카트린이 말했다. “지금 기둥을 새로 박고 있습니다. 사냥꾼들은 꼭 울타리를 넘어가다가 기둥을 밟더군요.”
토마가 누나를 흘끗 쳐다보았다. “르말지외에서 사람이 죽었답니다. 문을 걸어 잠그라고도 했어요. 그런데 누나는 아직 옷도 안 걷었습니다.”
“옷을 걷어 버리면 일을 못 하잖니. 일을 못 하면 짐승에게 물리기 전에 굶어 죽어. 그렇다고 우리가 굶는다고 그 짐승이 이 집만 피해 가겠니?”
잔은 울타리 앞에 멈춰 섰다. 커다란 발자국이 새 기둥을 박느라 파헤친 흙 바로 옆까지 이어져 있었다. 다행히 놈이 집 안으로 들어간 흔적은 없었다. 잔은 그 사실을 카트린에게 곧바로 알리지 못했다. 말하면 당장 옷을 걷고 일을 멈추게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사냥꾼이라는 이유로 카트린에게 생업을 포기하라고 명령해도 되는지 망설여졌다.
마르탱은 모자를 벗고 말했다. “오늘 밤만은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늑대 발자국이 집 옆까지 나 있습니다.”
“발자국이라면 매주 생깁니다.” 카트린이 대꾸했다. “양도 드나들고 사람도 오가지요. 나는 여기 걸린 셔츠가 누구 것인지 전부 압니다. 이건 개울 아랫집 아이의 것이고, 저건 기둥을 빌려 준 이웃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 이름은 모릅니다.”
마르탱이 먼저 이름을 밝혔다. 잔도 뒤따라 제 이름을 말했다. 마르탱은 잠시 망설이다 죽은 베르나르의 이름까지 알려 주었다. 카트린은 맡은 셔츠의 주인만 장부에 적었으므로, 세 사람의 이름은 어디에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날 밤, 집 안의 불이 꺼진 뒤 울타리 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짐승에게 매단 방울 소리가 아니라, 기둥이 넘어지며 걸어 둔 옷이 한꺼번에 땅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토마가 문을 열었을 때 카트린은 이미 마당에서 사라진 뒤였다. 문간에는 물통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진흙에 처박힌 셔츠들 사이로 피가 번져 들었고, 울타리 너머에는 카트린이 쓰러져 있었다.
토마는 혼자 힘으로 누나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마르탱이 달려와 반대편을 붙잡았다. 두 사람은 휘청거리며 카트린을 집 안으로 옮겼다. 문턱을 넘을 때는 무릎이 꺾일 만큼 힘이 들었다. 카트린의 손가락에는 여전히 실밥 하나가 붙어 있었다. 잔은 그것을 떼어 내지 않았다.
“카트린이라는 이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잔이 토마에게 말했다. “옷을 기워 동생과 살아가던 분이었다는 것도요. 이제 누님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토마가 누나의 이름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도 잔은 습격 당시의 일을 설명하기에 앞서 카트린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부터 입에 올렸다. 마당에는 아직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한 셔츠들이 널려 있었다. 카트린은 울타리 안쪽에서 습격당해 목숨을 잃었고, 시신은 울타리 밖에서 발견되었다. 집 뒤로 검게 솟은 몽무셰 산비탈에는 커다란 발자국이 위쪽까지 이어졌다. 카트린의 시신은 아직 집 안에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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