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콜로스

동굴 안에는 크기가 다른 잠자리 셋이 있고, 최근까지 누운 곳은 하나뿐이다.

세 개의 자리 삽화
세 개의 자리 삽화

사흘째 아침, 콜로스의 숨소리는 전날보다 굴 깊숙한 곳에서 들려왔다. 잔이 작은 횃불을 밝혀 들고 앞장섰다. 마르탱은 벽을 짚으며 뒤따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옆구리에 감은 천이 팽팽하게 당겼지만 피가 다시 배어 나오지는 않았다. 그는 총을 손에 쥐고도 총구를 바닥으로 늘어뜨렸다. 아직 총을 들어 겨눌 만큼 기운이 돌아오지 않았다.

굴 바닥은 흙이 보이지 않을 만큼 풀과 나뭇가지로 덮여 있었다. 잔이 횃불을 낮추자 크기가 서로 다른 잠자리 세 곳이 드러났다. 왼쪽 자리는 비좁고 오래되어 나뭇가지가 바싹 말라 있었다. 가운데 자리는 그보다 넓었지만 이곳 역시 온기가 가신 지 오래였다. 오른쪽 자리에 깔린 풀만 밟으면 다시 일어날 듯 탄력이 남아 있었다. 눌린 모양과 넓이로 보아 큰 짐승이 얼마 전까지 누워 있었던 듯했다. 자리의 폭도 문간을 메우고 지나간 콜로스의 어깨와 맞아떨어졌다.

“최근까지 쓰던 자리는 하나뿐입니다.” 잔이 말했다.

마르탱은 말라붙은 두 자리를 바라보았다. 먼저 눈에 들어온 좁은 자리는 왕의 사냥꾼이 죽인 늑대가 누웠을 법한 크기였다. 굳이 재 보지는 않았다. 가운데 자리는 베르나르가 죽인 두 번째 늑대의 몸집과 비슷해 보였다. 잔이 가장 작은 자리에 횃불을 비추었다가 거두었다. 마르탱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마르탱은 벽에 등을 기댔다. 메마른 잠자리를 보니 죽은 영감이 떠올랐다. 늑대가 가엾어서가 아니라 영감이 그리워서 마음이 흔들렸다. 콜로스를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 손에서도 총을 놓지 않았다.

안쪽에서 한 차례 거친 숨소리가 났으나 콜로스가 다가오지는 않았다.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치는지, 누운 채 숨만 몰아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잔은 오른쪽 잠자리를 피해 입구로 돌아갔고 마르탱도 그대로 뒤따랐다. 마른 풀을 밟았다가 콜로스에게 들키면 위험했다. 놈이 덤벼들어도 지금 마르탱의 옆구리로는 총을 제대로 쏠 수 없었다.

입구의 햇빛 아래로 나오자 잔이 낮게 말했다. “콜로스. 사람들이 덩치를 보고 붙인 이름이죠. 저 자리의 크기가 그놈의 몸집과 맞습니다.”

마르탱은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친 옆구리를 누르며 카트린과 다른 희생자들을 떠올릴 뿐이었다. 그는 말없이 햇빛 아래 주저앉았다. 굴 안의 세 자리 가운데 둘은 이미 비어 있었다. 잔은 그 두 자리에 누웠던 늑대들이 모두 죽었다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