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남은 두 마리
베르나르가 두 번째 늑대를 코앞에서 죽이지만, 자신도 그 발톱에 치명상을 입고 숨진다.

새벽녘, 잔은 개울가에서 새 발자국을 찾아냈다. 왕의 사냥꾼이 죽인 늑대의 것보다는 컸지만, 문간을 빠져나간 놈의 것보다는 작았다. 베르나르가 말한 개울가의 늑대가 분명했다. 발자국은 한 마리의 것뿐이었다. 잔은 그 자국이 가장 큰 발자국과 겹치지 않는지 두 번이나 확인했다.
“이놈입니다. 콜로스는 아니에요.” 잔은 그 별명을 입에 올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큰 놈은 어젯밤 이곳에서 물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베르나르는 손으로 마르탱의 총구를 눌러 내렸다. “너는 여기 있어라. 내가 가까이 가겠다. 이놈이 쓰러져도 큰 놈을 쫓아서는 안 된다. 오늘 잡을 것은 이놈 하나뿐이야.”
노인은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덤불 앞까지 다가갔다. 늑대는 개울물을 마시느라 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놈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코앞에서 베르나르의 총이 불을 뿜었다. 화약 연기가 노인과 늑대를 한꺼번에 삼켰다. 늑대는 옆으로 고꾸라지면서 앞발을 휘둘러 노인의 가슴과 목을 할퀴었다. 숨이 끊어질 때 일어난 경련인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덤빈 것인지 연기 밖에서는 알 수 없었다. 약속을 어기고 뛰쳐나간 마르탱이 연기 속으로 들어섰을 때, 늑대는 이미 죽어 있었고 베르나르는 제 총 위에 엎어져 있었다.
“쫓지 마라.” 피가 목에 차오른 탓에 노인의 목소리는 낮게 잠겨 있었다. “큰 놈까지 나타나면 너희 둘로는 막지 못해. 개울가의 놈은 내가 쓰러뜨렸다.”
마르탱은 상처를 눌러 보았지만 피를 막을 천이 모자랐다. 잔이 서둘러 겉옷을 찢어 건넸으나, 천은 순식간에 피로 흠뻑 젖었다. 베르나르가 마르탱의 소매를 붙잡았다. 라베세르생마리에서 떨리는 제자의 손을 말없이 이끌어 주던 바로 그 손이었다.
“오늘 당장 복수하겠다고 나서지 마라. 오늘은 시신만 지켜. 큰 놈이 피 냄새를 맡고 찾아오더라도 지켜보기만 해라. 쏘지 마. 한 발로는 놈의 어깨에 상처만 낼 뿐이야.”
그 말을 끝으로 노인은 라베세르생마리의 겨울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못했다. 마르탱이 베르나르의 이름을 한 번 불렀지만, 노인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베르나르는 숨을 거두었다. 두 번째 늑대는 그의 무릎 곁에서 이미 죽어 있었다. 그렇게 노인과 늑대의 시신이 나란히 놓였다. 죽은 늑대는 콜로스만큼 크지 않았다.
마르탱과 잔은 베르나르의 시신을 가까운 바위 그늘로 옮겼다. 마르탱이 겉옷으로 노인의 얼굴을 덮으려는 순간, 잔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개울 건너편에서 거대한 등이 움직였다.
콜로스는 죽은 늑대에게 다가가 코를 대 보더니 그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주둥이로 옆구리를 밀자 사체가 조금 움직였다. 놈은 물러서서 다시 한동안 지켜보았지만, 피를 핥지는 않았다.
마르탱이 총을 움켜쥐자 잔이 총열을 눌렀다. 두 사람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콜로스는 죽은 늑대 곁에 오래 머물다가 숲으로 돌아갔다. 마르탱은 눈앞까지 다가온 놈에게 끝내 총을 쏘지 않았다. 베르나르가 남긴 마지막 당부를 지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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