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왕의 군대
편지가 올라간 뒤, 왕의 보병 마흔 명이 르말지외에 모여 산 쪽 길로 들어선다.

보고서를 보낸 지 닷새가 지났다. 문지방의 마늘은 바싹 말랐고, 문에 그려 둔 십자가는 비에 씻겨 희미해졌다. 산에서는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짐승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북소리였다. 장날에 울리는 북과 달리 일정한 간격으로 이어졌다. 피에르가 골목으로 나오자 병사들이 벌써 광장에 줄을 맞춰 들어서고 있었다. 맨 앞의 중위만 말을 탔고 나머지는 모두 걸어왔다. 병사들의 어깨에는 나팔총과 달리 총구가 좁고 긴 부싯돌총이 곧게 세워져 있었다. 군화가 광장의 짚을 짓밟았고, 그들의 각반 위로 제보당의 먼지가 내려앉았다.
중위는 말에서 내리자마자 서기가 내민 보고서의 봉인을 뜯었다. 글을 읽을수록 이마가 찌푸려졌다. 여백까지 읽은 뒤에는 못마땅한 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흡혈귀라.” 중위가 말했다. “본문에는 짐승이라고 써 놓고 여백에는 옛날이야기를 적어 두었군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에 총을 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증인은 짐승이라고 했습니다.” 서기가 대답했다. “마을은 그 짐승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름을 붙인다고 사격에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증인을 부르십시오.”
피에르가 중위 앞으로 불려 나갔다. 그는 자신의 나팔총을 집에 두고 왔다. 병사들의 긴 부싯돌총 사이에서는 장난감처럼 보일 것 같았다. 중위는 피에르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등을 봤다고 했지요. 얼마나 컸습니까?”
“양의 등보다 높았습니다. 어깨가 넓었습니다. 얼굴은 못 봤습니다.”
“시신은 어떻게 가져갔습니까?”
“둘이 들어 올리던 몸을 입으로 물고 갔습니다. 제가 쏘았는데도 놓지 않았습니다.”
중위는 이미 보고서에서 읽은 내용이라 수첩에 따로 적지 않았다. “그런데 양들은 왜 무사했습니까?”
“모릅니다.”
“모른다고 해서 저주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배고픈 짐승이 사람을 먹잇감으로 골랐거나, 그저 사람이 더 가까이 있었겠지요. 우리는 그 짐승이 간 길을 추적할 겁니다.”
병사들은 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과 빵을 나눠 먹었다. 부싯돌총은 여러 자루씩 곧게 세워 서로 기대 놓았다. 피에르가 병사들의 수를 세어 보니 열 명씩 네 무리, 모두 마흔 명이었다. 밤에는 교회와 비어 있는 우리에 나누어 재우기로 했다. 몇 사람이 아델의 집으로 향하자 중위가 손을 들어 막았다.
“시신을 빼앗겼더라도 상중인 집입니다. 오늘 밤만큼은 들어가지 마십시오.”
아델은 문간에 서서 병사들을 지켜보았다. 빈 사발은 선반에 엎어 둔 채였다. 중위가 예를 갖춰 모자를 벗었지만 아델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군대의 북소리는 지난해 아들이 전쟁터로 떠날 때 들었던 소리와 닮아 있었다. 이번 병사들은 마을 남자들을 전쟁터로 데려가려는 것이 아니라 마리의 시신을 훔친 짐승을 잡으러 왔다. 그래도 아델은 조금도 위로받지 못했다.
그날 밤, 중위는 마흔 명을 열 명씩 네 부대로 나누었다. 전쟁터처럼 한 줄로 늘어서서 일제히 총을 쏘게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부하에게 숲에서는 대열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곁에 있던 피에르가 그 말을 들었지만, 중위는 굳이 말을 삼키지 않았다.
“새벽에 길을 나눠 산으로 올라간다. 골짜기마다 두 부대씩 들어간다. 연기가 보이면 한곳으로 모이고, 총성이 들리면 그쪽을 지원한다. 상대가 한 마리든 무엇이든 마흔 명이 몰려가 서로 총구를 가릴 필요는 없다.”
“길을 알려 드려야 한다면 마을 끝까지는 함께 가겠습니다.” 피에르가 말했다. “하지만 숲 안에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내가 쏘아도 그 짐승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당신들 총으로 막아 주십시오.”
중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나팔총은 집 앞을 지키는 데나 쓰십시오. 산에서는 멀리 있는 표적도 정확히 맞혀야 합니다.”
새벽 안개가 양우리까지 내려왔다. 병사 마흔 명은 광장에 다시 모여 인원 점검을 받았다. 중위가 말을 타고 앞장섰고, 아직 네 부대로 갈라지지 않은 보병들은 한 줄로 마을 끝을 향했다. 양들은 방울을 울리며 우리 안쪽으로 몰려갔다. 병사들은 양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안개 너머 나무들만 바라보았다.
피에르는 마을의 마지막 집 담장까지만 따라갔다. 그곳에서 산길은 희미하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중위가 손을 들자 긴 행렬이 갈라졌다. 열 명씩 나뉜 부대들은 서로 보이지 않을 만큼 거리를 두고 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낙엽이 군화 소리를 삼켰다. 짐승에게 위치를 알리지 않기 위해 북은 울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병사들의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귀를 기울였다. 빵집 여자는 가슴에 다시 십자가를 그었다. 서기는 돌아온 병사의 수를 나중에 확인할 수 있도록 장부 여백에 ‘마흔’이라고 적었다. 본문에는 왕의 명을 받고 온 토벌대라고 기록했다.
아델은 병사들의 수를 세지 않았다. 문을 닫은 뒤 빈 널을 벽 쪽으로 밀어 놓았다. 널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산으로 들어간 마흔 명의 발소리도 더는 문 너머로 들려오지 않았다. 안개가 나무 사이를 가득 메우자 르말지외는 장이 끝난 뒤처럼 고요해졌다. 마을에는 주민들과 양 떼, 마리가 사라진 빈집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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