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은 수학여행 날짜를 하루 미루는 안을 꺼냈습니다.

계약금 일부를 잃고 일정이 줄어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배를 타지 않는 방안도 검토했습니다. 현수는 그중 날짜를 바꾸었던 순간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돌아왔을 때 현수는 교감에게 도장을 찍지 말라고 했습니다.

“다른 사고가 나니?”

“민서가 병원에 못 가요.”

교감은 학생 이름부터 확인했습니다. 전교생 가운데 같은 이름이 둘이었습니다. 현수는 반을 말했습니다. 그 학생은 정기 치료를 받고 있었고, 여행 일정을 바꾸면 보호자가 계획한 동행 일정과 충돌했습니다.

현수는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미래를 보았다고 했습니다.

혜원이 종이를 당겼습니다.

“그럼 치료 일정을 먼저 조정하면요?”

현수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자신이 보았던 장면에는 그런 조정이 없었습니다.

교감은 보호자와 상담했습니다. 학생 이름과 병명은 모임 공책에 남기지 않았습니다. 여행과 관계없이 학교가 놓치고 있던 지원부터 확인했습니다. 며칠 뒤 보호자 동행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그 뒤 현수가 확인한 미래에는 그 학생이 병원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링거 줄 아래로 양말 끝이 보였습니다. 현수는 아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뻐하지 못했습니다.

현주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제가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때 본 일은 그랬겠지.”

“다른 데도 그럴 수 있잖아요. 제가 모르는 데서 또 누가.”

현수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를 바꾸면 세상 전체를 확인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면 몸이 다시 불렀습니다. 차가운 객실에 돌아가면 방금 구한 아이의 얼굴보다 확인하지 못한 사람들의 얼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현주는 공책의 오른쪽 칸을 짚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전부 네 책임으로 적지는 말자.”

여행은 다른 이유로 바로 변경되지 못했습니다. 대체 교통편과 숙소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교감은 계속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정해진 참사를 지켜야 한다는 말은 누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현수는 자신의 공책에 처음으로 문장을 지웠습니다.

‘날짜를 바꾸면 민서가 죽는다.’

아래에 새로 썼습니다.

‘내가 본 일정에서는 치료 연결이 끊겼다.’

동호는 두 문장을 번갈아 읽었습니다.

“이건 되게 다르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오래 끄덕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