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지 않는 현수는 자기가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님들은 자신을 보면 말을 멈췄습니다. 동호는 가끔 대답을 잘못했습니다. 현수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아까 했잖아”라고 말했다가 입을 다물었습니다.

체육 준비실에 들어갔던 기억은 없는데 가방에 그곳 열쇠가 있었습니다.

현수는 동호를 계단으로 불렀습니다.

“너 나한테 뭘 숨기냐.”

동호는 바로 미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앉자고 했습니다. 현수는 그 말에 더 화가 났습니다. 자신만 아픈 아이로 취급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 자는 동안 내 몸으로 뭘 하는 거야?”

동호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인데 정작 친구가 가장 적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 모임은 현수의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의 현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바뀌었습니다. 현주는 과거의 현수에게 어디까지 알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현수는 자기 이름이 적힌 기록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공책에는 배와 객실, 날짜가 적혀 있었습니다. 자기 글씨도 있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손이 쓴 글씨였습니다.

현수는 오래 읽다가 공책을 덮었습니다.

“그럼 지금의 저는 뭐예요?”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의 제가 시키면 그냥 몸을 빌려줘야 해요?”

현호가 현수 앞에 빈 종이를 놓았습니다.

“네가 싫은 것부터 적자.”

현수는 남에게 돈을 빌리지 말 것, 엄마에게 거짓말하지 말 것, 동호를 위험한 데 보내지 말 것을 적었습니다. 세 번째 문장에서는 동호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뒤 시간여행 중인 현수가 돌아왔습니다. 자기 앞의 종이를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걸 지킬 수 있니?”

현주가 물었습니다.

현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자신을 구하려면 동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방법을 다시 찾아볼게요.”

그것이 그날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습니다.

귀가할 때 과거의 현수는 동호에게 내일도 같이 등교하자고 했습니다. 동호는 매일 그러면서 왜 묻느냐고 했습니다.

“미래의 나랑만 친해지지 말라고.”

동호는 웃다가 눈을 비볐습니다. 현수는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친구가 울 때 모르는 척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