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은 집에 돌아오면 딸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평소에는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하던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한 짝이 뒤집혀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신발을 바로 놓다가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깨닫곤 했습니다.
현수가 보여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이 본 장면을 말했을 뿐입니다. 혜원이 배에서 살아 나온 미래에 남편과 딸이 차 안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뒤로 혜원은 도로의 모든 불빛이 불안했습니다.
현주는 혜원이 회의 중 같은 주소를 여러 번 확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더 캐묻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 날 아침 함께 학교에 가자고 했습니다.
둘은 평소보다 일찍 만났습니다. 혜원은 횡단보도 앞에서 말을 꺼냈습니다.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 제가 아이를 버리는 것 같아요.”
현주는 신호등이 바뀌었지만 건너지 않았습니다.
“그 장면 앞뒤를 들었어요?”
혜원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날 현수가 돌아왔을 때 두 교사는 함께 물었습니다. 정확히 어느 길이었는지, 남편은 왜 그곳으로 갔는지, 누가 전화를 했는지 물었습니다.
현수는 처음에는 대답을 피했습니다. 결국 학교에서 보낸 연락을 남편이 잘못 이해했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난 뒤 혜원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밤길을 달렸던 것입니다. 구조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명단이 먼저 전달됐습니다.
“그럼 내가 살아서 전화하면 되잖아.”
혜원이 말했습니다.
현수는 그 뒤의 가능성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그는 혜원을 설득할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가장 두려운 장면부터 말하면 선생님이 계획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혜원이 의자를 뒤로 밀었습니다.
“나한테 선택하라고 한 게 아니었구나.”
현수는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네가 원하는 선택을 하게 만든 거야.”
혜원은 준비실을 나갔습니다. 현주는 따라가지 않았습니다. 현수는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넣었습니다. 울지도 못했습니다.
한참 뒤 현주가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올지는 선생님이 정해.”
“저는 죽을 것 같았어요.”
“알아.”
“아무도 안 오면.”
현주는 아이 옆에 앉았습니다. 괜찮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혜원이 받은 상처가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문 앞에 혼자 남아 있는 아이를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현수는 처음으로 자신이 구해달라고 했던 사람에게 사과할 방법을 몰랐습니다.
COMMENTS
댓글 0
이 글에 대한 의견이나 질문을 남겨 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