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이 빠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놓지 않았습니다.
현호가 컵을 하나 더 꺼내려다 도로 넣었습니다. 교감은 혜원의 이름 옆에 동그라미도 가위표도 그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일을 결정된 것처럼 표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수는 혜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첫 편지는 세 장이었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여러 번 돌아갔는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적었습니다. 읽어본 뒤 모두 찢었습니다. 용서를 청하는 글인데 다시 선생님을 붙잡는 말이 되어 있었습니다.
두 번째 편지는 짧았습니다.
‘제가 본 장면의 이유를 다 아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돌아오지 않으셔도 제가 다시 찾아가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현주는 편지를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지 않았습니다. 현수가 직접 교무실 책상에 놓았습니다. 남의 손으로 사과까지 대신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모임에서는 현수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실제 안전 점검 서류를 확인하고, 학생들의 비상 연락망을 고쳤습니다. 교감은 사고가 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현호는 학생별 수영 실력을 점수로 나누던 표를 지웠습니다. 누가 누구를 기다려줄 수 있는지 다시 살폈습니다. 동호는 현수에게 훈련 때 자기 손을 잡으라고 했습니다. 시간여행을 하지 않는 현수도 그 부탁을 기억했습니다.
혜원은 일주일 뒤 준비실에 왔습니다.
자기 의자부터 펴지 않았습니다. 현수를 보고 말했습니다.
“내가 돌아왔다고 네가 한 말이 괜찮아진 건 아니야.”
“알아요.”
“앞으로 나한테 보여준 미래를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때는 내 허락을 받아.”
현수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혜원은 가방에서 찬합을 꺼냈습니다. 남편이 저녁을 챙겨주었다고 했습니다. 딸이 작은 귤 두 개를 넣었습니다. 현주는 찬합 뚜껑을 받을 때까지 혜원이 손을 놓지 않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여기 있을게요.”
그날 저녁 현수는 귤 한 개를 오래 까고 있었습니다. 하얀 줄기를 떼다가 혜원에게 물었습니다.
“따님은 귤을 좋아해요?”
혜원은 잠깐 생각한 뒤 대답했습니다.
“좋아해. 그런데 남 주는 건 더 좋아해.”
현수는 귤을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혜원은 그 반을 받았습니다. 화해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자리는 남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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