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처음에 그 목소리를 믿지 못했습니다.
방으로 돌아올 때마다 바깥의 소리를 상상했습니다. 누군가 가방을 걷어차는 소리,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였습니다. 너무 많이 상상한 나머지 실제로 들려도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손목에 닿은 손은 상상과 달랐습니다.
차갑고 젖어 있었습니다. 힘이 고르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잡은 사람이 자세를 바꿀 때마다 손가락이 아팠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구원이 아니었습니다. 문 밖에서도 누군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현수는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뒤로 갈 수 있니?”
현주가 물었습니다.
현수는 발을 움직였습니다. 물 아래 무언가에 신발이 걸렸습니다. 무서워서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 밖에서 다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재촉하는 목소리는 아니었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모른다고 해줘. 우리가 다시 볼게.”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습니다.
“네.”
혜원이 문틈 아래를 살폈습니다. 현주가 현수에게 손을 잠깐 바꾸어 잡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놓지 않았습니다. 현수는 왼손을 내밀었습니다. 손가락이 닿았습니다.
그동안 혜원이 걸린 짐의 방향을 조금 바꾸었습니다. 가방이 밀리면서 문이 움직였습니다. 현수의 무릎이 문에서 떨어졌습니다.
“됐어요.”
혜원이 말했습니다.
현주는 문이 다시 닫히지 않게 버텼습니다. 혜원이 틈으로 팔을 넣었습니다. 현수의 교복 소매를 잡았다가, 소매만 당겨지는 것을 느끼고 놓았습니다. 아이의 팔을 다시 받쳤습니다.
현수는 두 사람이 자기 때문에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선생님들에게 말했던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말, 와달라고 하지 않겠다는 편지, 그런데도 끝내 와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죄송해요.”
현수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묻혔습니다.
현주는 아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현수야. 내 쪽을 봐.”
아이가 얼굴을 들었습니다. 문 밖에는 두 얼굴이 있었습니다. 현주는 눈가에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혜원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준비실 사진 속 얼굴과 달랐습니다.
살아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혜원이 안쪽으로 더 가까이 들어왔습니다. 현수가 몸을 돌릴 때 어깨에서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아이가 소리를 냈습니다. 두 사람은 멈췄습니다.
“아픈 데가 어디야?”
“오른쪽이요.”
현주는 받치는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혜원은 아이가 기댈 수 있도록 팔을 내주었습니다. 누구도 셋을 세며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움직이고 다시 숨을 골랐습니다.
현수의 한쪽 무릎이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때 잠이 밀려왔습니다.
현수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몸을 떠나면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느 시간으로도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운동장도, 도서관 앞 벤치도 떠오르지 않게 하려고 선생님의 얼굴만 보았습니다.
“저 또 잘 것 같아요.”
현주가 아이의 팔을 더 단단히 받쳤습니다.
“잡고 있어.”
누구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현수에게 한 말일 수도 있었고, 혜원에게 한 말일 수도 있었습니다.
혜원이 대답했습니다.
“잡고 있어요.”
현수는 남은 발을 움직였습니다. 신발 한 짝이 벗겨졌지만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혜원이 아이의 다리가 문턱을 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현주는 물러설 자리를 살폈습니다. 두 사람은 현수의 무게를 함께 받았습니다.
문 안쪽에서 물이 한 번 더 밀려왔습니다.
현수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습니다. 현주가 어깨를 받치고 혜원이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 아이의 손이 두 사람의 옷을 움켜쥐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무도 놓지 않았습니다.
김현주와 한혜원, 두 선생님이 방 안의 현수를 구해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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