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전날 현주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별일 없는 척하려고 날씨 이야기를 오래 했습니다. 어머니는 대답을 하다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현주는 아니라고 했다가 말을 고쳤습니다.

“조금 무서운 일이 있어.”

“그럼 가지 마.”

어머니의 대답은 짧았습니다. 현주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습니다. 자신에게 오지 말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날은 고마웠습니다.

“가기로 했어. 그래도 무서워.”

어머니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습니다. 현주는 꼭 그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될까 봐 두려웠지만, 처음부터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혜원은 딸의 어린이집 준비물을 챙겼습니다. 남편에게 연락이 늦더라도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듣고 혼자 출발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학교의 공식 연락 담당자를 알려주었습니다. 남편은 무슨 사고라도 예정돼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혜원은 대답을 오래 골랐습니다.

“예정된 것처럼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준비하는 거예요.”

남편은 더 묻고 싶어 했지만, 대신 내일 아침에는 자신이 아이를 데려다주겠다고 했습니다. 혜원은 그 평범한 약속을 휴대전화에 적었습니다.

교감은 여행 관련 서류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대체편 확보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접수한 점검 질문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것이 미래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확인된 근거 없이 모든 학부모에게 참사를 단정해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취소안을 결재 올렸던 기록과 돌아온 답변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에게 무엇을 물었는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끝까지 출항이 멈출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준비실에서 마지막 모임이 열렸습니다.

동호가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아무도 기념사진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현호가 휴대전화를 책장에 세웠습니다. 타이머가 끝나기 전에 의자에 앉지 못해 사진 한쪽이 흔들렸습니다.

현수는 그 사진을 보며 웃었습니다. 여행을 하지 않는 현수였습니다.

“다시 찍어요.”

이번에는 여섯 사람이 모두 화면 안에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돌아온 현수는 같은 사진을 한참 보았습니다. 그 방 안에서는 함께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기 어려운 순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이 사진을 기억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