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문을 당겼습니다.
오른쪽 어깨가 더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물이 무릎 아래를 지나갔습니다. 문 밖의 가방은 보였지만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 다른 소리도 났습니다. 멀리서 누군가 이름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자기 이름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눈을 감자 다시 물방울이 멈췄습니다. 현수는 몸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손잡이를 놓지 못한 손이 보였습니다.
과거로 가면 바꿀 수 있는 말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교감에게 더 일찍 알려줄 수도 있었습니다. 다른 날 다른 배를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 길마다 확인해야 할 얼굴들이 끝없이 놓여 있었습니다.
현수는 가장 밝은 장면 대신 가장 가까운 아침으로 갔습니다.
출항 전날 체육 준비실이었습니다. 모임은 끝났고 현주가 혼자 공책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의 자기 몸은 복도에서 신발 끈을 묶고 있었습니다. 현수는 그 몸에 들어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현주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돌아왔니?”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금 어디야?”
“방이요.”
현주는 펜을 내려놓았습니다. 아이의 손이 허공에서 무엇을 쥐듯 굳어 있었습니다.
“아직 아무도 안 왔어요.”
“그러면 여기서 더 준비할 게 있니?”
현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준비가 부족해서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 안에서 혼자 버티기가 무서워서 왔습니다. 그 말을 하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현주는 의자를 가까이 당겼습니다. 현수는 그제야 앉았습니다.
“선생님이 안 오시면 저 화내도 돼요?”
현주는 한 번 숨을 골랐습니다.
“응.”
“살고 싶다고 해도 돼요?”
“그건 계속 해.”
현수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울음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보여준 미래 때문에 사람들이 울었는데, 자신은 여기 와서 울어도 되는지 몰랐습니다.
현주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아이는 수영장에서 배운 것처럼 처음에는 너무 세게 잡았습니다.
현주는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손을 바꾸어 잡았습니다. 혜원이 자신에게 해주었던 방식이었습니다.
“돌아가면 문에서 너무 멀리 가지 마. 우리가 아는 곳에 있어줘.”
현수는 대답하려다가 눈을 감았습니다. 당김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현수가 눈을 떴을 때도 현주는 손을 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놀라 쳐다보았습니다.
현주는 괜찮으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짧은 대화가 공책의 마지막 빈 줄에 남았습니다. 다음 날 현주는 그 문장을 기억하고 통로를 걷게 됩니다.
현수는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손바닥에는 아직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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