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 북쪽, 열 해

떠난 지 열 해째, 명령 없는 편지가 도착하고 왕자는 귀환길에 싸운다.

돌아오는 길 장면을 인도 세밀화풍으로 그린 삽화
돌아오는 길 장면을 인도 세밀화풍으로 그린 삽화

떠난 지 열 해째 되는 해, 명령이 없는 편지가 마가다에 닿았다.

여왕의 편지가 도착했을 때 아린드라는 약초를 씻고 있었다. 손을 닦지 못한 채 봉인을 뜯어 종이에 물이 번졌다. 북쪽 요새, 열두 마리의 코끼리, 확인되지 않은 생존자. 명령문은 없었으나 어느 문장도 머물러 있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줄을 읽고 나서야 의자에 앉았다.

편지를 가져온 역졸의 말에는 소금기 밴 땀이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역졸은 두 번 말을 갈아탔고 마지막 나루에서는 군사들이 배를 먼저 가져갔다고 했다.

바수미트라는 짐을 싸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가려느냐?”

“예.”

대답은 빨랐지만 아린드라의 손은 편지 위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떠날 때 어머니에게 나라의 소식을 달라고 한 사람은 자신이었다. 이제 소식을 받았으니 선택도 자신의 몫이었다. 돌아가면 공부를 끝내지 못하고, 남으면 편지의 빈칸에 들어갈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지 몰랐다.

“배움이 끝났느냐?”

아린드라는 젖은 편지를 접었다.

“가서 모르는 것을 만나겠습니다.”

바수미트라는 젖은 약초를 다시 물에 담갔다. 서둘러 말리면 뿌리가 갈라져 약효를 잃는다고, 아린드라가 어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네가 없으면 이건 누가 건지지?”

아린드라는 옆에 선 어린 학생에게 시간을 일러 주었다. 스승은 그 대답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급한 길 앞에서도 하던 일을 다른 손에 제대로 넘기는지 보려 한 것이었다.

그는 책 전부를 가져가지 않았다. 수로 장부의 사본, 약재 목록, 타라의 기록만 골랐다. 함께 공부하던 학생 둘이 의약품을 들고 따라나섰다. 스승은 빈 종이를 한 묶음 주었다.

“모르는 것을 만나면 이름부터 붙이려 들지 마라. 본 것과 짐작한 것을 나누어 적어라.”

아린드라는 어머니도 편지에서 그렇게 했다는 말을 삼켰다. 스승에게 절한 뒤 그는 답장을 역졸에게 맡기지 않고 자기 품에 넣었다. 자신이 답이 되어 돌아가는 편이 빨랐다.

서쪽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사람들이 반대로 걸어왔다. 아이를 등에 업은 아버지가 보였고, 끈 끊어진 소를 찾아 되돌아가는 여자도 있었다. 피란민들은 왕자의 이름보다 어느 나루가 열렸는지를 먼저 물었다. 아린드라는 아는 길만 말하고,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길에는 표시를 해 주지 않았다.

어느 마을에서는 적이 독을 풀었다는 소문 때문에 우물이 흙으로 막혀 있었다. 아린드라는 남은 물의 냄새를 맡고 그릇 바닥을 살폈다. 독을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흙 아래 샘까지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반나절을 써서 사람들과 우물을 팠다. 맑은 물이 고이자 끓인 물을 자신이 먼저 조금 마셨다.

타라는 물었다.

“이러다 늦으면요?”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늦었어. 더 늦추고 갈 수는 없어.”

그 말이 늘 옳을 수는 없었다. 우물을 다시 쓰게 만든 뒤 그들은 밤길을 달려야 했다. 말 하나가 다리를 절었고 약품 자루 하나가 진창에 빠졌다. 자루를 건졌을 때 붕대 절반이 젖어 있었다. 아린드라는 쓸 수 있는 것과 버릴 것을 달빛 아래 직접 나눴다. 자기가 고른 일의 값은 다른 사람에게만 치르게 할 수 없었다.

나흘 뒤, 북쪽 나루를 돌아가던 피란민 무리를 적의 정찰 기병 여덟이 따라붙었다. 아린드라는 수레를 버리고 달아나라는 말을 하려다가 지형을 보았다. 왼쪽은 낮은 제방, 오른쪽은 수확이 끝난 밭이었다. 제방 아래에는 비를 받은 수로가 있었다.

그는 수레 두 대를 비스듬히 세워 길을 좁히고 바퀴 아래에 돌을 괴었다. 피란민들에게는 수로 건너 갈대밭에 엎드리라고 했다. 활을 쏠 줄 아는 사람은 셋이었다. 왕자를 포함해서였다. 아린드라는 가장 가까이 올 때까지 쏘지 말라고 했다.

첫 화살은 빗나갔다. 아린드라의 손이 얼어 있었다. 다라세나의 목검 아래서는 이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말의 땀과 두려워하는 사람의 냄새. 화살이 흙에 박히자 숨어 있던 누군가가 짧게 비명을 질렀다. 기병들이 그 소리를 듣고 속도를 높였다.

두 번째 화살은 앞선 기병의 방패에 박혔다. 기병들이 양쪽으로 벌어졌다. 오른쪽으로 돌아온 둘은 물기 많은 수로에 발을 빠뜨렸다. 왼쪽의 둘은 제방을 올라오느라 속도가 줄었다.

그 사이 피란민들이 아이부터 건넜다. 타라는 건넌 사람의 수를 세며 반대편에서 손을 흔들었다. 노인 하나가 신을 물에 빠뜨리고 돌아가려 하자 그녀가 팔을 잡아끌었다. 신 한 짝을 찾는 동안 뒤의 아이 셋이 건너지 못할 터였다.

아린드라는 마지막 수레 곁에 남았다. 적 하나가 내려서 칼을 들고 달려왔다. 왕자는 목검에서 배운 대로 옆으로 비켰지만, 피로한 발이 수레바퀴에 걸렸다. 상대의 칼이 팔을 긁었다. 베인 곳보다 먼저 뜨거운 것이 소매 안으로 흐르는 감각이 왔다.

타라가 던진 흙자루가 적의 무릎을 쳤다. 그녀는 이미 수로를 다시 건너와 있었다. 아린드라는 왜 돌아왔느냐고 물을 틈도 없이 겨우 일어나 상대를 넘어뜨렸다. 검끝을 겨눴을 때 그 병사는 왕자보다 어려 보였다. 턱에는 수염이 듬성했고, 칼을 쥔 손에는 오래된 화상 자국이 있었다.

“칼을 버려라.”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다. 아린드라는 자기 빈손을 보여 주고 다시 손짓했다. 병사의 시선이 떨어진 칼과 달아나는 동료 사이를 오갔다. 아린드라가 한 걸음 물러서자 그제야 칼을 놓았다.

나머지 기병들이 물러난 뒤 타라는 그의 팔을 묶었다.

“배운 게 다 되어 있으신 줄 알았습니다.”

“나도 그랬어.”

왕자는 포로에게 물을 주었다. 그 병사는 마시기 전에 말을 가리켰다. 말도 목이 말랐다는 뜻이었다. 아린드라는 물통을 하나 더 가져오게 했다. 포로의 손은 묶되 물통을 들 수 있을 만큼 앞에 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