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집 밖의 책임

사회 안전망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을 듣기 쉽다. 결국 부모가 한 일인데 왜 사회 탓을 하느냐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면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두 질문은 중요한 경계를 지적하지만, 서로를 지우는 방식으로 쓰이면 논의가 멈춘다.

개인이 한 행동의 책임과 그 행동을 막기 위해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다른 층위의 문제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필요하다. 동시에 도움을 구할 길이 있었는지, 기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살펴야 한다. 한쪽을 묻는다고 다른 쪽의 질문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이 부족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해친 행동이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가상의 회의에서 한 기관은 담당자가 규정대로 했다고 설명한다. 다른 기관은 자신에게 통보된 정보가 없었다고 한다. 모두의 말이 부분적으로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구를 무조건 비난할지가 아니라 규정과 연결 자체가 충분했는지로 이어져야 한다. 규정을 따랐다는 사실은 검토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자료다.

사건이 벌어진 뒤 최전선의 직원 한 명만 처벌하는 방식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업무량과 자원, 권한과 보고 구조를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구조가 어려웠다는 이유로 개별적인 잘못을 모두 지울 수는 없다. 무엇을 알았고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때 가능한 조치는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

책임을 넓힌다는 말이 모두에게 조금씩 나누어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할별로 해야 할 일을 분명히 하고, 미흡했던 지점을 고칠 주체와 시점을 정해야 한다.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다음 가족에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기관의 설명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처리 절차가 끝났다는 말이 아이의 생활이 안전해졌다는 뜻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평가 기준이 서류의 완결성에 머물렀다면 생활의 변화도 볼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행정의 언어를 사람의 하루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사회적 책임을 말할 때 모든 이웃에게 전문적인 위험 판단을 요구할 수는 없다.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를 잘 키우라는 구호보다, 자기 상태가 위험하다고 느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길이다. 도움을 청하는 행동을 책임의 일부로 인정해야 한다.

책임을 묻는 목적은 과거를 설명하는 데만 있지 않다. 다음의 선택을 달라지게 하는 데도 있다. 부모는 어떤 경계를 지켜야 하고, 기관은 어떤 연결을 책임져야 하며, 사회는 어떤 자원을 마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