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 아이의 미래를 열어 두기

이 장은 지금까지 등장한 허구의 인물들이 위험한 결말 대신 다른 하루를 만나는 장면이다.

어떤 제도가 이미 이런 결과를 보장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 생활의 모습으로 생각해 보려는 가상 장면이다.

정은은 다시 상담 창구에 간다. 이번에는 아이를 잠깐 맡길 방법만 묻지 않는다. 근무 시간이 불규칙하고 집세도 밀렸으며 밤에는 거의 잠을 못 잔다고 말한다. 한꺼번에 여러 말을 꺼내자 자신이 더 형편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담당자는 그 말을 평가의 순서로 적지 않고 해결할 필요의 순서로 정리한다.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을 확인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 담당자는 가능한 일과 어려운 일을 구분해서 설명한다. 오늘 저녁의 돌봄을 어떻게 할지 먼저 확인하고, 다른 문제를 상담할 다음 약속을 정한다. 정은은 한 번 더 오라는 말을 듣지만 이번에는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할지 알고 돌아간다.

아이와 떨어지는 시간이 필요한 동안에도 설명은 이어진다. 서윤은 자신이 잘못해서 다른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어디에서 자고 누가 데리러 올지 묻는다. 어른은 아는 만큼 답하고 모르는 것은 다시 확인해 알려 주겠다고 한다. 서윤은 그 말이 지켜지는지 며칠에 걸쳐 지켜본다.

민재의 집에서도 대화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돈의 문제를 감추느라 화를 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아이에게 자세한 채무 내역을 떠넘기지는 않는다. 다만 네가 돈이 들어서 생긴 일이 아니며, 겁을 주었던 행동은 잘못이었다고 말한다. 이 말 한 번으로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민재는 여전히 눈치를 본다.

아버지는 그 눈치를 서운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사과했는데 왜 믿지 않느냐고 다그치지 않는다. 자신에게도 지속적인 도움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아이가 믿을 속도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운다. 어른의 회복과 아이의 안전을 함께 살피는 사람이 곁에 남는다.

교사 지현은 서윤의 변화를 기록하되 아이를 사건의 주인공처럼 대하지 않는다. 필요한 지원을 상의하고, 수업에서는 다른 아이와 같은 이름으로 부른다.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을 때 사정을 공개하지 않고 도울 방법을 찾는다. 서윤에게는 여전히 수학 문제가 어렵고 쉬는 시간이 짧다. 평범한 불평이 가능한 날이 조금씩 늘어난다.

이웃 수진은 정은에게 물건을 건네며 사정을 캐묻지 않는다. 나중에 괜찮아지면 자신처럼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도움은 빚이 되지 않는다. 정은은 고맙다고 말하고, 어떤 날에는 부탁을 거절한다. 거절한 뒤에도 관계가 끝나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저녁이 되어 서윤은 빌린 지우개를 찾는다. 내일은 친구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정은은 식탁의 고지서를 정리하다가 아이에게 필통을 확인해 보라고 말한다. 고지서는 여전히 남아 있고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내일은 그 종이들과 함께 접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