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 북쪽, 열 해

열 해 만에 돌아온 날, 여왕은 사람들을 성 안으로 모은다.

다샤푸라의 포위 장면을 인도 세밀화풍으로 그린 삽화
다샤푸라의 포위 장면을 인도 세밀화풍으로 그린 삽화

열 해 만에 아들이 돌아온 날, 여왕은 또 사람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왕자가 다샤푸라에 들어온 날 성문은 해가 지기 전에 닫혔다. 문지기들은 피란민의 수와 가져온 곡식을 적고, 우물 가까운 자리는 아이와 환자에게 내주었다.

바깥에서는 마지막 가축 떼가 몰려왔고, 성 안에서는 창고를 열라는 사람들이 소리쳤다. 아린드라는 말에서 내려 수레를 밀었다. 사람들이 왕자의 이름을 알아보고 길을 비키려 하자 그대로 있으라고 손짓했다.

성벽에 오른 아린드라는 멀리 이어진 적의 불빛을 보았다. 별이 땅으로 내려온 것 같았지만, 그 불빛 사이마다 사람이 있었다. 불빛 앞에는 코끼리의 등이 낮은 언덕처럼 움직였다.

여왕은 왕자의 붕대를 먼저 보았다. 흰 천에 말라붙은 피와 그 위에 덧감은 새 천의 색이 달랐다.

“다쳤느냐.”

“깊지는 않습니다.”

“보여 다오.”

“회의가 먼저입니다.”

“회의에서 네 상처가 닫히지는 않는다.”

여왕은 붕대의 매듭을 잘라 상처를 확인했다. 가장자리가 붉었지만 고름은 없었다.

그녀는 아들의 팔을 만졌다. 손이 예전보다 거칠고 손목이 굵어져 있었다. 보고 싶었다는 말은 그다음에 나왔다. 아린드라도 돌아왔다는 말만 했다. 대전에서 헤어질 때 준비했던 훌륭한 대답은 이번에도 소용이 없었다.

회의에서 수바후는 적에게 금을 주자고 했다. 금과 함께 겨울 곡식 일부를 내주면 바흐람의 여러 군대가 몫을 두고 다툴 것이라고 했다. 다라세나는 그들이 다투기 전에 성문 위치와 병력을 살필 것이라며 구원군이 모일 때까지 버티자고 했다.

아린드라는 두 사람의 말이 끝난 뒤 창고 장부를 요구했다.

“먹을 것이 몇 날 남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금의 양을 정하는 데 곡식 장부가 왜 필요합니까?”

수바후가 물었다.

“우리가 며칠 버틸지 모르면 적이 요구를 올릴 때마다 줄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군을 기다릴 수 있는지도 알 수 없고요.”

장부에는 스무 날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타라가 창고 바닥을 확인하자 아래쪽 곡식에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자루를 들자 시큼하고 단 냄새가 올라왔다.

남은 것은 열사흘 분이었다. 군마 사료를 줄이고 쓸 수 있는 곡식을 다시 말렸을 때의 수였다. 여왕의 입술이 하얗게 굳었다. 수바후가 장부를 만든 관리들을 불러 벌하자고 했다.

“먼저 쌀을 옮긴다.”

아린드라의 말에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린드라는 마른 자루와 젖은 자루가 섞이지 않게 하고, 타라에게 실제 무게로 새 장부를 만들게 했다. 배급은 다음 아침부터 줄었다. 여왕의 부엌과 병사들의 솥도 같은 비율로 줄이고, 병원과 공동 부엌에는 아이 몫을 따로 두었다.

첫 공성 사흘 동안 바흐람은 성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나루와 외곽 우물을 차지하고, 성 안으로 쏘는 화살에 항복문을 매달았다. 북쪽 요새가 모두 죽었다는 문구가 있었지만 확인할 수 없는 말이었다.

밤이면 적진에서 망치와 톱질 소리가 이어졌다. 성 안의 목수들은 사다리 길이를 짐작해 긴 장대와 갈고리를 준비했다.

넷째 날에는 사다리가 왔다. 젖은 가죽을 덮은 이동식 가림막 아래서 병사들이 해자를 메웠다.

성벽 위의 돌이 떨어졌다. 인부들은 방패 뒤에 엎드렸다가 신호에 맞춰 일어났다. 사다리 하나가 부러졌지만 옆에서 다른 사다리가 섰다. 아린드라는 칼을 뽑고 올라오는 병사를 밀어냈다. 떨어진 창이 돌에 부딪는 소리가 들렸다.

피가 손등에 묻었을 때 누구의 것인지 몰랐다. 다라세나가 그의 뒤를 막으며 외쳤다.

“아래를 보지 마라! 다음 사다리!”

왕자는 고개를 들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성벽에 손을 걸고 있었다. 그는 칼등으로 손가락을 쳐 떼고 옆의 병사와 함께 사다리를 밀었다. 명령은 떨렸지만 손은 움직였다.

해 질 무렵 북문 앞에 코끼리들이 나타났다. 몸집 큰 짐승들이 문을 향해 움직이자 성 위의 신병 하나가 창을 놓쳤다. 아린드라는 그를 꾸짖지 않고 여분의 창을 건넸다.

“내 손도 떨린다. 그러니 창을 벽에 받쳐.”

신병은 두 손을 바꾸어 쥐었다. 아린드라는 창끝이 기수의 높이를 향하도록 각도를 낮춰 주었다.

밤의 공격은 북문에 집중되었다. 북과 코끼리의 울음 때문에 동쪽에서는 작은 소리가 묻혔다. 아린드라는 그 소란 뒤에서 동쪽 배수로를 살폈다. 낮에 벽돌 세 단 아래였던 물이 한 단까지 올라와 있었다. 손을 담그니 흐르지 않고 미지근했다. 적이 바깥 수로를 막고 있었다. 물이 더 차면 성벽 아래의 오래된 흙이 풀릴 터였다.

함께 온 석공은 새벽까지는 버틴다고 했다. 북문에 사람을 더 보내면 배수로가 무너지고, 수문에 사람을 빼면 문이 먼저 터질 수 있었다.

그는 열아홉에 보았던 수로 장부의 여백을 떠올렸다. 폐쇄 표시가 난 낡은 수문과, 버려진 절 우물로 이어지는 샛길. 열 해 동안 바뀌었을 수 있어 타라의 최신 기록과 대조했다. 지도 두 장에서 같은 자리에 남은 돌길이 있었다. 그는 여왕에게 결론만 허락받으려 하지 않고 지도를 펴 보였다.

“이곳을 열어야 합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여왕은 ‘안 된다’고 하려다가 지도를 보았다.

“네가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라.”

아린드라는 수문까지 가는 길, 물을 뺐을 때 성 안 낮은 구역이 잠길 가능성, 북문에서 병사 열둘을 빼는 위험을 설명했다.

“수문이 열리지 않으면?”

“받침목과 석공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사람부터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너도 포함해서다.”

아린드라는 잠깐 답하지 못했다. 실패한 뒤에도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조건이 임무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예.”

여왕은 다 듣고 나서 석공 둘과 병사 열둘을 붙였다. 물이 흐를 동쪽 길을 비우라는 명령은 타라에게 맡겼다. 이번에는 아들의 하루를 정하는 손이 아니라, 그가 하려는 일을 함께 준비하는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