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 개념과 지도

‘가정폭력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법률로 옮기려면 대상 범죄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가정폭력은 배우자 등 가족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범죄를 묶는 개념입니다. 단순폭행·협박 등에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지만, 상해 등 이미 피해자 의사만으로 처벌을 막을 수 없는 범죄도 있습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형사사건 외에 가정보호사건이라는 절차도 마련합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특례와, 형사처벌 자체가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보호처분과 형벌은 같은 제도가 아닙니다.

개혁의 대상은 우선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일정한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형법상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입니다. 특별법의 한 문구를 삭제하는 것만으로 형법상의 소추 제한까지 없어지는지 따져야 합니다.

또한 보호사건이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관계 회복이나 상담을 강조하는 처분이 모든 사건에 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반복 폭력, 살해 협박, 강압적 통제와 접근금지 위반은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폭력 전체가 하나의 반의사불벌죄는 아닙니다. 가정폭력으로 발생한 일부 범죄에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고, 그때 처벌불원이 형사처벌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 구분을 둔 채에도 피해자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범죄별로 갈라서 보면 지도가 선명해집니다. 단순폭행과 협박은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반면 상해·살인 등 중한 결과 범죄는 피해자의 의사만으로 처벌을 막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같은 집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어떤 죄명으로 다루어지는지에 따라 피해자 의사의 법적 힘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가정폭력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자'는 구호는 입법 단계에서 '어느 조항의 어느 문구를 고칠 것인가'로 번역되어야 합니다.

가정폭력처벌법의 두 갈래도 구분합니다. 가정보호사건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보호처분을 내리는 절차이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이를 선택할 수 있는 특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보호사건으로 갔다고 해서 형사처벌의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호처분과 형벌은 목적도 효과도 다릅니다. 관계 회복이나 상담을 강조하는 처분이 반복 폭력이나 살해 협박, 강압적 통제와 접근금지 위반 사건에 적절한지는 따로 평가해야 합니다. 보호사건이 피해자 안전을 충분히 보장하는지 검토하는 일이 개혁의 한 축입니다.

개혁의 대상을 문장으로 적으면 이렇습니다. '가정폭력에 해당하는 일정한 폭행·협박에 대해서는 형법상 반의사불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특별법의 한 문구를 삭제하는 것만으로 형법상의 소추 제한까지 없어지는지, 경과 규정은 어떻게 둘 것인지, 보호사건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한 문장을 고치는 일에도 앞뒤 조문이 따라옵니다.

가정폭력 밖의 친밀한 관계: 데이트폭력

데이트폭력 또는 교제폭력도 하나의 죄명이 아닙니다. 연인이나 과거 연인 사이에서 일어난 폭행·협박·상해·감금·주거침입·성폭력·스토킹 등을 관계의 특성에 따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혼인이나 사실혼 등 가정폭력처벌법상 가정구성원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적인 교제관계에는 가정폭력처벌법의 보호절차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2026년 10월 현재 교제폭력만을 위한 별도의 처벌·피해자보호법도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처벌불원이 적용되는지는 ‘데이트폭력인가’가 아니라 실제 죄명이 무엇인가에 따라 갈립니다.

| 문제 된 행위 | 처벌불원 의사의 효과 | |---|---| | 단순폭행·단순협박 | 형법상 반의사불벌죄이므로 유효한 처벌불원 의사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할 수 없음 | | 상습폭행·상습협박,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특수폭행·특수협박 | 단순폭행·협박의 반의사불벌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음 | | 상해·감금·강요·주거침입·성폭력 | 처벌불원만으로 형사절차가 끝나지 않음. 합의는 피해회복이나 양형자료가 될 수 있음 | | 지속적·반복적 접근과 연락 등 스토킹범죄 | 2023년 7월 11일 시행 개정으로 반의사불벌 규정이 폐지되어 처벌불원과 무관하게 공소 제기가 가능함 |

실제 공소기각 사례가 이 구분을 보여줍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6029 사건에서 검찰은 교제 중이던 피고인이 캠핑장에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계곡물에 던지고, 이별 통보 뒤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과 방범창을 치며 위협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폭행·협박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피해자가 재판 중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자 법원은 단순폭행과 단순협박이 반의사불벌죄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했습니다. 공소기각은 공소조건이 사라졌다는 판단이지, 기소된 행위가 안전했다거나 재발 위험이 없다는 판단은 아닙니다.

반대로 같은 교제관계라도 폭행으로 상처가 생겨 상해죄가 인정되거나, 흉기를 사용하거나, 피해자를 가두거나, 이별 뒤 지속적으로 따라다니고 연락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면 처벌불원서 한 장으로 사건이 끝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단순폭행과 상해, 협박과 스토킹이 함께 문제 될 수도 있으므로 수사기관은 각 행위를 나누어 죄명을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신고를 철회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 전체를 ‘연인 간 다툼’으로 종결해서는 안 됩니다.

교제폭력에서 처벌불원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이별 통보 뒤 접근과 회유가 다시 폭력의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연락하고 주변인을 통해 합의를 압박하는 행위 자체가 추가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현재 스토킹처벌법의 조치를 빌려 쓰는 방식에는 공백이 있다며, 교제관계의 특성을 반영한 접근금지·격리·석방 통지와 독립적인 피해자 보호체계를 입법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입법 논의는 단순히 형량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교제 중이거나 결별한 피해자를 얼마나 빨리 분리하고 보호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이 장의 한 문장: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은 하나의 죄가 아니라 여러 범죄의 묶음이므로 관계의 이름만 보지 말고 실제 행위와 적용 조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서류 뭉치 중 일부를 빨간 상자에 따로 분류하며 정리하는 주인공
여러 서류 뭉치 중 일부를 빨간 상자에 따로 분류하며 정리하는 주인공

참고자료

가정폭력처벌법 제9조 https://www.law.go.kr/lsLinkCommonInfo.do?chrClsCd=010202&lsJoLnkSeq=1029730677

가정폭력처벌법 https://www.law.go.kr/%EB%B2%95%EB%A0%B9/%EA%B0%80%EC%A0%95%ED%8F%AD%EB%A0%A5%EB%B2%94%EC%A3%84%EC%9D%98%EC%B2%98%EB%B2%8C%EB%93%B1%EC%97%90%EA%B4%80%ED%95%9C%ED%8A%B9%EB%A1%80%EB%B2%95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스토킹과 교제폭력 https://www.easylaw.go.kr/CSP/CnpClsMainBtr.laf?ccfNo=1&cciNo=1&cnpClsNo=1&csmSeq=1661&popMenu=ov

국회입법조사처: 반복되는 교제폭력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https://www.nars.go.kr/report/view.do?brdSeq=48188&cmsCode=CM004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6029 사건 요약 https://lfind.kr/cases/%EC%84%9C%EC%9A%B8%EC%A4%91%EC%95%99%EC%A7%80%EB%B0%A9%EB%B2%95%EC%9B%90/2024%EA%B3%A0%EB%8B%A86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