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거리 안내가 아니라, 영화를 보다가 겹쳐 본 생각입니다. 《라이프》의 결말까지 적습니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영화는 먼저 보시고, 이 글은 그 뒤로 미뤄 두시면 좋겠습니다.

영화 라이프
영화 라이프

기억 속의 《라이프》는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었습니다. 운석 덩어리에서 세포 하나를 건지고, 모두가 기뻐하다가, 그 생명이 너무 빨리 자라고 너무 쉽게 공격하면서 공포가 됩니다. 끝에는 인간이야말로 위대한 생명인가 하는 질문이 남습니다. 화성에 물이 사라지자 그 생명은 동면에 들고, 물이 가득한 지구를 만나자 다시 몸을 불린다고 기억합니다.

《라이프》(Life)는 다니엘 에스피노사 감독의 영화이고, 각본은 레트 리스와 폴 워닉입니다. 컬럼비아 픽처스와 스카이댄스가 만들고, 소니가 2017년 3월 24일 미국 극장에 걸었습니다. 3월 18일에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서 먼저 공개되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 레베카 퍼거슨, 라이언 레이놀즈가 국제우주정거장의 승무원으로 나옵니다. 나중에 스트리밍으로 다시 나왔고, 그해의 넷플릭스 작품이 됩니다.

기쁨이 공포로 바뀌는 자리

화면의 출발점은 화성에서 돌아온 무인 탐사선입니다. 정거장 승무원이 토양 시료를 회수하고, 외계생물학자 휴 데리가 그 안에서 잠든 세포 하나를 깨웁니다. 세포는 곧 여러 세포의 몸으로 자랍니다. 학교 아이들이 이름을 붙입니다. 캘빈.

처음의 공기는 발견의 기쁨에 가깝습니다. 인류가 화성에서 생명의 증거를 손에 넣은 자리입니다. 그 공기는 금방 바뀝니다. 캘빈은 좁은 용기 안에서 빠르게 자라고, 환경을 읽고, 사람을 공격합니다. 정거장은 실험실에서 폐쇄된 공포의 공간이 됩니다. 기억에 진화의 속도로 남은 것은, 한 몸이 눈앞에서 커지고 영리해지는 속도입니다.

물이 없는 곳, 물이 있는 곳

화성의 물이 사라져 동면에 들었다는 말은, 두 장면을 겹쳐 읽은 인상입니다. 시료 속의 세포는 잠든 채로 도착합니다. 정거장의 조건 속에서 깨어나 몸을 키웁니다. 용기의 대기가 바뀌면 다시 잠들고, 깨어난 뒤에는 적대가 됩니다. 메마른 곳에서 멈춰 있던 몸이, 조건이 갖춰진 자리에서 커지는 순서입니다.

마지막이 그 인상을 행성 규모로 키웁니다. 데이비드 조던은 캘빈을 탈출정에 가두고 자신과 함께 깊은 우주로 보내려 합니다. 미란다 노스는 다른 정으로 지구에 돌아가 경고하려 합니다. 부서진 소유즈의 파편이 두 정의 길을 바꿉니다. 남태평양에 떨어진 쪽은 캘빈이 탄 정입니다. 어부들이 문을 엽니다. 깊은 우주로 밀려난 쪽은 미란다입니다.

마지막 화면은 문이 열리는 바다입니다. 물을 만나면 몸이 커진다는 앞부분의 이치가 그 바다에 겹칩니다. 살아남는 일에 더 뛰어난 쪽이 누구인지, 영화는 그 질문만 남기고 끝납니다.

클라우드라는 바다

요즘 AI를 두고 종말의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캘빈의 마지막이 겹칩니다. 걱정은 한곳에 모입니다. 모델을 클라우드에 올려 두고, 그 한 몸이 너무 커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입니다.

기업의 움직임은 종종 그 옆에서 다른 자리를 만듭니다. 모델을 회사 안의 기계에 두고, 그 회사만 쓰게 하려는 선택입니다. 계약과 설계와 고객의 말이 바깥 서버의 기록이 되지 않는 자리입니다. 우리 질문이 다른 사람의 답 속으로 흘러가지 않는 자리입니다. 비밀이 인터넷 위에 떠돌지 않게 울타리를 치는 일입니다.

공개된 지식은 그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글과 코드는 인터넷에 있고, 모델은 그 공개된 물로 자랄 수 있습니다. 나누는 것은 배운 뒤의 몸입니다. 회사마다 따로 두고, 서로의 비밀과 질문을 한 바다에 쏟지 않는 일입니다. 한 기업의 질문이 다른 기업의 답변이 되는 길을 줄이는 일입니다.

인간이라는 나약한 몸

캘빈의 작은 몸은 물의 부족이 만든 크기입니다. 정거장의 좁은 방에서도 그 생명은 충분히 위험했습니다. 로컬 AI도 자기 방 안에서는 클 수 있습니다. 나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무해해지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더 큰 자리는 그다음입니다. 하나의 몸이 행성 규모의 물에 닿는 일. 클라우드에 AI를 담그고, 켜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는 대신, 각 기업에 나누어 팔 수 있는 로컬 AI로 나누어 분배하면 그 AI가 그렇게 위협적일까요? 지능을 지우는 처방이 아니라, 먹이와 도달 범위를 나누는 쪽에 가깝습니다. 화성의 휴면처럼, 몸집이 행성 전체로 불어나지 않게 힘을 감축하는 그림입니다.

빅테크가 클라우드 위의 큰 모델을 두고 걱정을 키우는 동안, 많은 기업은 이미 자기 울타리 안의 모델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선택을 종말론의 정답으로 적지 않습니다. 《라이프》를 다시 떠올리면 질문은 이렇게 남습니다. 물을 더 모아 한 몸을 키울 것인가. 물을 나누어, 저 생명이 화성에서 그랬듯 몸집을 줄여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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